산타는 사라지지 않았어요.

by 마잇 윤쌤

딸아이는 초등 4학년 임에도 산타 할아버지를 굳건히 믿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어드벤트 캘린더를 하나씩 열고, 올해는 산타가 어떤 선물을 가져다줄지 진지하게 고민했지요.


문제는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이었어요.

받고 싶은 것이 없는 것은 아닌데...


딱! 하나를 고르지 못한 채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거든요.


며칠을 고민하는 딸아이 곁에서 엄마 아빠는 마음이 바빠졌습니다.


어서 결정을 해야 미리 선물을 준비할 수 있을 텐데 말이지요.


그러던 크리스마스이브의 밤,


딸아이는 잠자리에 들기 전

"산타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써야겠어!"라며

드디어 결정한 선물을 편지에 적어두고 잠이 들었습니다.


딸아이가 잠든 후, 편지를 확인한 남편과 저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어요.


이제 와서 딸아이가 원하는 선물을 준비하기에는 시간도, 여유도 없었으니까요.


잠시의 멘붕 끝에 내린 결론은,

올해는 아쉽지만 금일봉과 원하는 것을 직접 사라는 편지를 준비하는 것이었어요.


정체가 탄로 날까 봐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산타 할아버지의 영어 편지도 준비하기로 했죠.



다음 날 아침,

크리스마스트리 옆에 놓인 금일봉과 편지를 발견한 딸아이는 잠시 후 말했습니다.



"이건 아빠 글씨체잖아!!"



역시... 편지는 무리였나 봅니다.


딸아이는 그제야 솔직히 말했어요. 사실은 친구들과 대화를 하며 산타 할아버지가 엄마와 아빠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요.


그럼에도 모른 척했던 이유는, 산타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것을 티 내면, 산타 선물을 더 이상 받을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답니다.


이 말을 듣고 웃음이 나면서도 마음이 멈칫했어요. 엄마 아빠가 산타였으니, 크리스마스 선물도 간소화해도 되겠지? 했던 어른들의 마음을 아이들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았어요.


그래서 우리는 어른이 될 때까지 산타 선물을 챙겨주겠다고 약속했어요. 서로의 정체를 알지만, 예쁘게 포장해서, 12월 25일 아침 짠! 하고 준비해두겠다고요.


그렇게 산타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우리 집에서 조금 다른 모습으로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문득,

엄마도 산타 선물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남편에게 말해봐야겠어요.








딸과 함께 크는 엄마의 이야기,

우리의 하루에도 다정한 순간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마음을 잇다 : 마잇 윤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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