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초등 5학년이 되는 딸아이는 저에게
제법 친구 같은 존재입니다.
남편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함께 드라마나 티브이를 볼 때도 이제 아기 티를 많이 벗었다는 것을 느낍니다.
사실 딸아이를 낳고 돌이 지날 때부터 주변에서 둘째는 언제 낳을 거냐는 질문을 많이 들었어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자녀가 둘은 되어야 안정적인 가족 구성이 완성된다고 생각하시나 봅니다.
특히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은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어요.
"딸아이가 맏이니까 동생을 살뜰하게 염렵하게 챙길 거야. 믿고 낳아도 돼."
둘째를 망설이는 저에게 용기를 주려는 말이었겠죠.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말이 오히려 더 마음에 걸렸습니다.
저는 세 살 터울의 남동생이 있어요.
어릴 적 엄마는 저에게 이렇게 자주 말했어요.
"엄마가 없으면, 네가 남동생 엄마야."
그 시절, 엄마들이 많이들 맏이에게 하는 말이었고,
지금도 맏이에게 엄마들이 많이 하는 당부더군요.
그 말이 유독 마음 깊이 인이 되어 박혔어요. 더 솔직히는 아주 무겁고 버거운 책임감으로 느껴졌어요.
아르바이트를 하고 용돈을 받을 때도, 남동생을 챙겨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었어요.
나중에 상담자로 분석을 받을 때가 되어서야 제가 정말 심리적으로 남동생을 "자식"처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죠.
어쩌면 남동생도 원하지 않았을,
"누나도 아닌 엄마도 아닌 저"를 제자리로 돌려두기 위해 오랜 시간 노력했어요.
딸아이를 낳고, 딸아이가 세 살이 되니 그 마음이 더 무겁게 다가왔어요.
둘째를 낳아, 딸아이에게 또다시 "맏이"의 무게를 지우게 될까 봐요.
이렇게 어리고 작은 아이를,
누나도 엄마도 아닌,
엄마 품에서는 그냥 마냥 어린아이로만 키우고 싶었어요.
워킹맘으로 친정 엄마의 도움을 받아 겨우겨우 아이를 키우던 시절, 현실적으로도 둘째는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더 깊은 마음속 이유는 달랐어요.
딸아이에게 저도 모르게 "맏이"의 역할을 가르치게 될까 봐,
사랑받는 것만으로 충분한 나이에, 누군가를 책임지는 법부터 배우게 할까 봐, 그게 두려웠어요.
그래서 저는 둘째를 낳지 않았습니다.
그 선택에 대해 스스로 존중해 주기로 했어요.
언젠가 후회할 수도 있겠지만,
딸아이가 외로울까 봐 너를 낳았다는 말은 둘째에게도 미안할 것 같거든요.
딸아이는 아이로만 자라길 바라요.
누구의 자리도 대신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아이로요.
그러려면, 제가 오래도록 건강하고 짱짱해야겠어요. 오늘도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네요.
딸과 함께 크는 엄마의 이야기,
우리의 하루에도 다정한 순간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마음을 잇다 : 마잇 윤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