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라디오스타>에 나온 이동진 영화평론가를 보며 오래된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영화를 보고, 그에 대해 말하는 일이 직업이 될 수 있다니, 참 좋은 직업이다. 좋아하는 영화를 실컷 보고, 감상을 이야기하면 되는 일이니, 얼마나 좋겠냐는 마음이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알고 있어요.
그 일이 결코 가벼울 리 없다는 것을요.
블로그를 시작하고 2년 넘게 도서 서평단 활동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설레고 기뻤어요.
새 책을 가장 먼저 받아 읽는 기쁨, 신간을 읽고 생각을 정리해 누군가와 나눌 수 있는 즐거움까지...
1년은 정말 행복했어요.
그리고 시간이 흐르며 차츰 알게 되었습니다.
모든 책이 늘 재미있지는 않을 수 있다는 것을요.
가끔은 취향과 거리가 먼 책도 있었고,
읽어도 속도가 더디게 나가는 책도 있었어요.
그렇다고 대충 읽을 수는 없었습니다.
한 권의 책이 완성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손길과 저자의 시간과 마음이 담겨 있는지 알고 있으니까요.
책을 읽고, 구조를 정리하고, 문장을 고르고, 저만의 질문을 남겼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재미를 말하는 일은, 재미만으로는 할 수 없다는 것을요.
아마 영화 평론도 그렇지 않을까요?
좋아하는 작품만 골라 볼 수는 없을 테고,
한 장면의 분석을 위해서는 감독의 전작과 시대적 맥락까지 짚어야 할 테니까요.
관객이 두 시간 넘게 보며 느낀 감정을,
가끔은 한두 줄의 글로 설득력 있게 풀어내야 하는 일.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요.
사람들은 저에게도 종종 말합니다.
"놀이치료사라니, 좋은 일 하시네요."
멀리서 보면 그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놀이 안에서 저는 아이의 관계 방식을 읽고, 감정의 결을 살핍니다. 말로 표현되지 않는 신호를 붙잡으며, 아이와 관계를 쌓아갑니다. 놀이를 지켜보는 시간은 결코 가볍지 않아요.
멀리서 보면 쉬워 보이는 일들이 있어요.
좋아 보이고, 재미있어 보이고, 때로는 부럽기까지 한 일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 보면,
그 일들은 대부분 좋아함을 넘어서는 책임과 집중, 그리고 꾸준함으로 이어지는 일들이죠.
어쩌면 우리는
'재미있어 보이는 직업'을 부러워하는 게 아니라,
'깊이를 쌓아온 사람들의 내공'을 부러워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마음을 잇는 글,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음을 잇다 : 마잇 윤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