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1년,
우리는 서로의 가족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가족으로 받아들였다기보다
사랑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미묘한 거리와 예의,
우리는 그 사이에서 새로운 위치를 잡아가고 있었습니다.
꽉 찬 1년이 돌아올 즈음,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편과 저를 단단히 이어 줄 아이가 있으면 좋겠다고요. 고맙게도 아이는 금세 찾아와 주었어요.
하지만 기쁨과 동시에 불안도 따라왔습니다.
출산휴가도, 육아휴직도 결국 엄마인 제 몫이었으니까요.
엄마가 되면, 저는 사회에서 밀려나는 사람이 되는 건 아닐까 불안감은 커져만 갔어요.
임신 전부터 시작했던 모래놀이치료사 자격증 과정은 임신 중반기를 넘어서야 마무리되었습니다.
세미나 자리에서 강사님은 저에게 조심스레 질문하셨어요.
"선생님은 내면의 남성성이 아주 강하다고 볼 수도 있고요. 최근에 여성의 성역할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으셨나요?"
저는 잠시 망설이다 대답했습니다.
임신과 육아에 대한 현실적인 부담이 크다고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강사님과 나눈 대화를 남편에게 전했고, 남편은 "그럴 수 있죠~" 하며 저를 다독여주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강사님은 저에게 이렇게 얘기해 주셨어요.
"선생님 남편은 내면의 여성성이 발달한 멋진 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두 분은 서로에게 참 좋은 배필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그 말을 들으며, 묘하게 안심이 되었어요.
저는 단단하고, 그는 부드럽다면...
우리는 어쩌면 함께 일 때 최적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 테니까요.
임신은 기뻤지만,
'엄마'라는 역할을 위해 제 자신을 다듬어야 하는 과정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아기가 내 가방에 토하면 어떻게 하죠.
아기가 내 과자를 다 먹어버리면 어떻게 하죠.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어처구니없는 걱정들...
그럴 때마다 남편은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가방을 잘 두면 되죠."
"아기는 아기과자를 먹을 거예요."
그의 대답은 단순했지만,
이상하게도 늘 안심이 되었습니다.
그런 걱정을 왜 하는지,
가방이, 과자가 그렇게 중요한지,
그는 한 번도 물어보지 않았어요.
저는 잃어버릴 것들을 먼저 떠올리며 걱정했고,
그는 지켜낼 수 있는 방법을, 행복한 공존의 결말을 말해주는 사람이었어요.
엄마가 되는 일은
저를 포기하는 일이 아닐까 두려웠어요.
그런데 돌아보니,
저는 혼자 엄마가 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단단함을 조금 내려놓았고,
그는 부드러움을 조금 더 꺼내주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다른 두 사람이,
함께 부모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다름을 넘어 서로의 집이 된 우리,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마음을 잇다 : 마잇 윤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