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시절, 봄이 오던 어느 주말이었습니다.
서로의 가족으로 맞춰가던 시간과는 다르게, 남편과 저의 주말은 평온하고 따뜻했습니다.
남편과 저는 벚꽃을 보러 여의도 윤중로에 갔어요. 사람이 너무 많아 꽃구경인지 사람 구경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지만, 우리 둘은 아주 신이 났지요.
그 길을 걷다가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예전에 영화 보고 여기 왔잖아요."
남편은 잠시 멈추더니,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우리요? 처음인데요? "
"여기 왔던 거 기억 안 나요? "
남편은 이제 단호해졌습니다.
"아니에요~ 처음이에요~!"
이상했습니다.
저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거든요.
벚꽃이 흩날리던 여의도, 사람이 붐비던 그날의 소리와 공기도요.
그리고 몇 초 뒤,
제 머릿속에서 떠오른 기억의 장면...
아...
그 영화는 남편을 만나기 훨씬 전에 개봉했더군요.
저는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입안에 맴도는 말들이 갈 곳을 잃고 흩어진 듯했어요.
"자기야, 나 서운하려고 해요."
일자로 다문 입의 남편,
화를 내어도 이상하지 않을 순간...
감정을 바로 터뜨리지 않고, 말해주는 그가 참 고마웠습니다.
무언가 많이, 대단히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마음이요.
모든 좋은 순간을 남편과 함께 했다고 믿고 싶었던 제 마음이, 기억마저 다시 쓰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멈춰 서서 진심으로 사과했습니다.
"정말 미안해요. 내가 착각했어요."
남편은 잠시 저를 보더니,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괜찮아요. 우리가 더 많이 같이 와요."
그날 이후로 저는 가끔 떠오르는 기억들을 점검하곤 합니다. 우리는 과거의 기억을 지금의 마음으로 편집하는 듯해서요.
어쩌면 저는 모든 좋은 장면에 남편을 끼워 넣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름을 넘어 서로의 집이 된 우리,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마음을 잇다 : 마잇 윤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