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태어나고 보름 뒤,
남편은 다시 회사에 출근했습니다.
이른 아침, 그는 평소처럼 옷을 입고, 가방을 챙겼어요.
"다녀올게요."
현관문을 닫는 소리는 생각보다 크게 귀에 남았습니다.
그는 아빠가 되었지만, 사회로 복귀했고,
저는 집 안에 아이와 남겨졌습니다.
남편의 하루는 아빠가 되기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출근을 했고, 사람들을 만났고, 일을 하고, 시간이 되면 퇴근을 했습니다.
하지만 나의 하루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수유 시간과 기저귀 가는 시간, 목욕 시간에 맞춰 하루가 흘러갔고,
잠들었다가 금세 다시 울음을 터뜨리는 아기를 달래다 보면 시간의 감각이 흐려지기도 했습니다.
언제 씻었는지, 잠옷과 낮에 입는 옷의 경계는 사라진 지 오래였어요.
남편은 하루 동안 여러 사람을 만나며 일했고,
저는 하루 종일 한 아기만을 안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같은 집에 살고 있었지만,
각자 서 있는 세계는 전혀 다른 곳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그 감정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기까지 했습니다.
외로운 건지,
서운한 건지,
아니면 그저 이 상황이 낯선 건지...
혼자 있기가 버거워 친정에 오래 머물기도 했습니다. 친정 식구들은 끊임없이 저에게 말했어요.
"아기가 얼마나 예쁘니~"
"이때가 제일 행복한 때다~"
"엄마는 원래 그런 거야."
"엄마니까 참아야지."
그 말들이 틀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이는 분명 사랑스러웠고,
아이를 안고 재울 때면, 제 기분도 말랑해지곤 했으니까요.
하지만 어떤 날은 그 말들을 듣기만 해도 버겁고, 짜증이 나고,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과
나 자신이 사라진 것 같은 기분이 함께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거든요.
친정과 집을 오가며 지내는 저에게 남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하고 싶은 대로 해요. 더 쉬고 와도 돼요."
짧은 말이었지만 남편의 말은 참 고마웠어요.
돌아보면 남편은 단 한 번도, 엄마니까, 엄마는 원래라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마음속에도 하고 싶었던 말은 많았겠지만, 저를 엄마보다 아내로 대해주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엄마와 아빠가 된 두 사람이
다시 남편과 아내로 만나는 데에는
또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부모가 되는 법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다름을 넘어 서로의 집이 된 우리,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마음을 잇다 : 마잇 윤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