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집, 다른 방식

by 마잇 윤쌤

남편은 사려 깊은 사람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었지요.


아직 갓난아기였던 딸아이가 앙앙 울음을 터뜨릴 때에도 남편은 그랬습니다.


아이를 품에 안고,

가만가만한 목소리로 물었어요.



"귀염둥이~ 왜~ 왜~"



처음에는 그 모습이 조금 낯설었습니다.


아직 말도 못 하는 아이에게

무엇을 물어보는 걸까 싶어서요.


가끔은 웃음이 나기도 했어요.

아기가 대답을 할 리가 없잖아, 하고요.


그럼에도 남편은 늘 같은 방식으로 아이를 대했습니다. 울음을 달래기보다 먼저 이유를 묻는 아빠.


지금 생각해 보면,

남편은 아이에게 대답을 기대해서라기보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그렇게 몸에 밴 사람 같습니다.


다른 영향도 있었겠지만,

덕분에 우리 딸아이는 말이 참 빨랐습니다.


그리고 그런 태도는

아이에게만 향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자기야~" 하고 부르면,

남편은 늘 "네~" 하고 다정하게 대답해 주었습니다.


저는 그 모습이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느껴졌지만,


가끔은 친정 엄마나 가족들이

"고만 불러라~" 하고 웃으며 놀릴 때도 있었어요.


그래도 남편은 늘 같은 목소리로,

같은 방식으로 응답해 주었습니다.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해본 적도 있었어요.



왜 그는

나를 먼저 부르지 않을까?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저는 남편이 저를 부를 겨를도 주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미 제가 먼저 부르고,

먼저 말을 건네고,

먼저 하루를 꺼내놓고 있었으니까요.



어쩌면 우리는 같은 집에 살면서도

이렇게 다른 방식으로

서로와 세상을 만나고 있었습니다.



그는 이야기를 들어주고,

저는 이야기를 꺼내놓으면서요.


그렇게 하루가 저물 즈음이면,

가끔 남편이 조용히 말합니다.



"이제 자기도 쉬어요."



그 말은 남편이 하루치 들을 이야기가 꽉 찼다는 신호입니다.


그때부터는 하고 싶은 이야기도, 아껴두었다가 내일 해야 합니다.


우리는 같은 집에 살면서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하루를 살고,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서로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다름을 넘어 서로의 집이 된 우리,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마음을 잇다 : 마잇 윤쌤


이전 15화엄마가 되고 다시 아내가 되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