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후, 딸아이와 나란히 앉아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있을 때였어요.
화면 속 이서진 씨가 무심하게 툭 던진 한마디는 "난 지나간 일은 후회하지 않아." 였어요.
그 말을 들은 딸아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와, 저 마인드 진짜 멋지다. 어차피 지나간 일인데 후회하고 자책해 봐야 소용없다는 거 알지만, 그게 참 잘 안되잖아."
열두 살, 이제 세상을 막 배워가는 아이의 입에서 '자책'과 '후회'라는 단어가 생경하면서도 애틋했습니다. 아이도 교실에서, 혹은 친구 관계에서 돌아선 뒤 얼마나 많은 '어제의 나'를 후회했을까 싶어서요.
저는 은근슬쩍 제 이야기를 보탰어요.
"엄마도 그럴 때가 있어. 지나간 일에 후회하고 자책이 될 때. 특히 엄마는 젊었을 때 '망한 연애'가 진짜 많았거든."
딸아이에게 엄마의 흑역사는 언제나 흥미진진한 최고의 소재이지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런 망한 연애가 없었다면 아빠를 만났을 때 아빠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알아보지 못했을 거야.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과거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겠지? 너도 없을 테고... "
딸아이의 눈이 반짝였습니다. 단순히 "후회하지 마"라는 위로보다, 자신의 존재가 엄마의 흑역사와 후회스러운 과거들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이 아이에게는 꽤 근사하게 느껴졌나 봅니다.
"과거가 있어야 지금의 내가 있는 거잖아."
아이에게 해준 이야기는, 사실 제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했습니다.
가끔 과거의 어떤 선택을, 그 지점을 도려내고 싶어 하거든요. 그때 그 말을 하지 말걸, 그 사람을 만나지 말걸, 그런 선택을 하지 말걸...
하지만 그 얼룩진 일들이 연결되어 지금의 선을 만들고, 그 선들이 모여 지금의 저를 완성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내가 서툴렀기에,
오늘이 이렇게 소중하다는 것을 딸아이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딸과 함께 크는 엄마의 이야기,
우리의 하루에도 다정한 순간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마음을 잇다 : 마잇 윤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