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엄마 옆에 제일 좋은 아이

by 마잇 윤쌤

딸아이가 학교에서 학년 평가를 보고 왔어요. 한 두개를 틀렸지만, 반에서는 잘 본 편이라고 했지요.


아이 얼굴에는 뿌듯함이 가득했고,

"엄마, 나 잘 했지?"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온몸으로 전해졌어요.


그런데 그 순간,

저는 아이의 기쁨보다 점수 계산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잘 봤다'는 말 대신 조용히 기준표를 펼치고 있었어요.


놀이치료사라는 직업 특성상,

저는 치료실에서 여러 아이들을 만납니다.


그래서 제 아이의 인지 발달 수준도 알고 있고,

타 기관을 통해 검사로 확인한 결과도 있습니다.


하지만 학업 성취도는 인지 발달과는 또 다릅니다.


학습에서의 인지 발달은 농구에서의 키와 같다고 배웠거든요.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딸아이는 매일 책을 읽어요. 만화책도 읽지만, 글책도 꾸준히 읽고,


일주일에 4일 영어 도서관에서 영어책도 여러 권씩 읽고 있어요.


집에서는 매일 정해진 학습량을 지켜가며 자신만의 루틴으로 하루를 채워갑니다.


그런 딸아이가

올해 3월 초등학교 5학년이 되었습니다.


아마 그 숫자가

저를 조급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초등 고학년, 예비 중학생...


지금이 아니라, 앞으로를 자꾸 앞당겨서 걱정하게 만들고 있어요.



'이쯤이면 이런 걸 더 해야 하지 않나.'



아이보다 먼저 달려가고 있는 제 마음.


그날 밤,

아직도 엄마 옆에서 자는 게 제일 좋다며,


이불 속에서 얼굴만 빼꼼히 내밀고 자고 있는 아이를 보며, 저는 마음을 비워냈습니다.


아직은 세상보다 엄마가 더 좋은 딸아이 앞에서

그 모든 기준이 힘이 잃었어요.


그게 다 무슨 소용이냐,

혼자 헛웃음이 터졌습니다.


아이는 자신만의 속도로

자기의 인생을 잘 채워가겠지요.


저는 아이 곁에서 제 인생을 잘 살아내는 모습으로

함께 걸어가면 되겠다고,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딸과 함께 크는 엄마의 이야기,

우리의 하루에도 다정한 순간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마음을 잇다 : 마잇 윤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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