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가 되기 전에 박멸당한 이야기

by 마잇 윤쌤

예전에 한창 유행하던 질문이 있었어요.



"내가 바퀴벌레가 되면, 어떻게 할 거예요? "



그 질문을 남편에게 던졌습니다.


남편은 세상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어요.



"바퀴벌레가 왜 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답을 기대했던 저는...

다시 한번 물었어요.



"아니, 그냥 만약에잖아요.

바퀴벌레가 되면 어떻게 할 거냐고요. "



남편은 세상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었습니다.



"일어날 수 없잖아요. 그런 거 싫어해요. "



바퀴벌레가 되어도 사랑해 주겠다거나,

바퀴벌레이지만, 잘 키워주겠다는 로맨틱한 답변을 기대했는데...



생각해 보면 그는

아주 일관된 사람이었습니다.



마음을 꺼내어 나누기보다,

스스로 정리하는 쪽에 가까운 사람.



바로 그때,

옆을 지나가던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던 딸아이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어요.



"엄마가 바퀴벌레가 된다고?

박멸해야지. "



순간 웃음이 터졌어요.

바퀴벌레가 미처 되지 못한 저는

그대로 박멸되었으니까요.


아주 현실적인 두 사람에게는

조금 무리한 질문이었나 봅니다.


그리고 저는

그날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누군가는 마음을 묻고,

누군가는 현실을 대답한다는 것.


그리고 그 다름이,

꼭 틀림이 아니라는 것.


어쩌면 저는 확인받고 싶었고,

그는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안심시키고 싶었던 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서로의 다른 방식을,

이제는 조금 더 신뢰하게 되었습니다.








다름을 넘어 서로의 집이 된 우리,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마음을 잇다 : 마잇 윤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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