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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이치료사 윤쌤 Nov 11. 2024

이제 엄마를 떠나보내려고 합니다.

   폐암 4기 엄마 장례 후, 놀이치료사 윤쌤은 감정의 소용돌이와 롤러코스터를 제대로 타고 있어요. 


   딸아이와 제가 기억하는 엄마가 다르다는 것을 시작으로, 걷잡을 수 없이 어린 시절의 엄마에게 서운했던 기억부터 가장 최근까지 엄마와 싸우던 이야기들까지... 스스로 이렇게 기억력이 좋았나 싶을 정도로 세세한 이야기들이 끝도 없이 수시로 떠올랐어요. 


   함께 엄마를 잃은 남동생에게 물었어요. 너도 이런 감정의 변화를 겪고 있는지를요. 


   남동생은 너무도 심플하게,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오잉? 너는 아니라고? 너도 엄마를 잃었는데? 왜 나만 이렇게 힘든 거지? 


   남동생은 다시 심플하게 저에게 말해주더군요. 



   "나는 엄마의 마음에 들기 위해 

    노력했던 적이 없어. 

    그냥 엄마가 좋았지.  

    엄마도 그걸 알았던 것 같아. 

    누나는 엄마의 마음에 들기 위해 

    평생 애썼잖아. 

    그럼에도 엄마가 인정해 주지 않았고... 

    그래서 그런 거 아닐까..."

   - 놀이치료사 윤썜 남동생



   남동생의 이야기를 듣고 머릿속이 하얘지는 기분이었어요. 왜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실마리를 찾은 기분이랄까요. 


   결혼하고 남편이 "당신과 남동생을 대하는 장모님의 태도가 다르다"라고 인정해 주기 전까지...  


   엄마가 남동생을 더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은 제가 피해의식에 빠져 하는 집안의 불란을 만드는 이야기였거든요. 


   그럼에도 저는 엄마와 잘 지내고 싶은 마음에 늘 먼저 다가갔고, 엄마와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자매처럼 지냈어요. 제가 상담을 시작하고는 엄마가 이런저런 인간관계와 가족들 사이에서 힘든 이야기들을 저에게 털어놓기 시작했고, 버거웠지만 감당하며 지내왔죠. 


   엄마가 암 진단을 받은 후 치료하는 22개월 동안은 다른 것들은 모두 뒤로하고 엄마와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며 지냈어요. 엄마의 병기가 워낙 무겁고 예후가 암울했기 때문에 엄마의 치료 의지를 다지는 데에 온 가족이 애썼던 것 같아요. 


   힘들어하는 엄마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의지를 북돋아 주는 일, 긍정적인 마인드를 함께 만들어가는 일, 모두 만만치 않았지만, 솔직히 너무 힘들고 무거웠지만 누군가 해야 했고 그게 저였어요. 


   그렇게 애쓰고 노력했지만, 현실을 거스를 수는 없었죠. 이제 엄마는 떠났어요. 어떻게든 엄마에게 인정받고 잘 지내고 싶었던 저의 노력과 시간만 남았죠. 


   마지막 임종 면회를 가면서도 엄마가 남동생을 보고 싶어 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엄마의 유품을 정리하면서도 이건 올케를 주고 싶어 하지 않을까 눈치 보는 스스로의 모습이 못나 보이는 나날들이었어요. 


   그맘때 필사했던 문장들이에요. 엄마와 잘 지내고 싶은 마음에 의지를 다지고 열심히 했던 것이 오히려 지금의 저에게 더 큰 상실감으로 허무함으로 다가오고 있었던 것 같아요. 



더 나은 인간관계를 위해 더 노력하고, 

더 성실히 책임지고, 

더 열심히 집중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그렇지 않다. 

싫어하는 사람의 싫어하는 부분을 

매일 신경 쓰면 괴로움만 커질 따름이다. 

'열심히'가 아니라 

'적당히' 되는대로 대충 해야 한다. 

좀 더 느긋하게 마음을 흐트러뜨려야 한다. 

그게 바로 행복으로 가는 방향이다.


- 멀어질수록 행복해진다, 쓰루미 와타루 -



   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서 적당히 느긋하게 마음을 흐트러뜨려야 한다는 문구가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았어요. 


   그렇게 노력했음에도 결국 엄마는 떠났다는 상실감이 이제 엄마 없이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는 두려움이 저를 짓누르는 것 같았어요.



그러므로 엄마와의 관계에서 

풀지 못한 숙제를 안고 있다면 

한번 찬찬히 생각해 볼 일이다. 

자신을 위해 희생한 엄마가 고맙지만 

엄마의 욕심이 너무 부담스러워 

벗어나고 싶다면, 

또 그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밉고 

죄책감이 들어 힘이 든다면, 

이제는 엄마와의 관계를 

새롭게 풀어가야 할 때다.


-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한성희 -



   엄마의 장례 이후 저는 엄마와의 관계를 풀어나가기 위해 애쓰며 지냈던 것 같아요. 아름답게 마무리해 보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해야 할까요?



   그립고 슬프고

   원망스럽고 미운 단계를 지나

   이제 엄마를 정말 떠나보내려고 해요. 

   - 놀이치료사 윤쌤 



   언제까지나 엄마의 그늘에 앉아 엄마를 미워하고 원망하며 지낼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제가 사랑하고 지키고 싶어 하는 남편과 딸아이를 위해서, 그리고 이제 정말 행복해지고 싶은 제 자신을 위해서 말이죠. 


   거리를 두고 대충 느슨하게 생각하고 지내다 보면 엄마와의 관계의 엉킨 실타래도 자연스레 풀어지는 날들이 오겠죠. 앞으로는 그것이 저에게 큰 과제가 될 거라 생각해요. 그래야 딸아이에게 더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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