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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롯 레터 Plot Letter Feb 08. 2022

셰익스피어의 낭만희극,
한여름 밤의 꿈

그저 한여름 밤의 꿈일지라도

▲ Joseph Noel Paton < The Quarrel of Oberon and Titania> (1846)


웬 운명의 장난? 삼각 관계도 아닌 사각 관계!


아테네의 테세우스와 아마존 여왕 히폴리테의 결혼식이 다가올 무렵, 아테네의 평범한 처녀 헤르미아는 아버지 아이게우스에게 명문가의 청년 데메트리오스와 결혼할 것을 강요받아요. 하지만 헤르미아에게는 이미 사랑하는 청년 뤼산드로스가 있었고, 이들은 아버지의 명을 따르지 않아도 되는 아테네 밖으로 도망쳐 결혼하기로 약속해요.


여기서 잠깐! 헤르미아와 결혼하기로 했던 데메트리오스가 가만히 있었을리가요. 데메트리오스는 자신을 좋아하는 단짝친구 헬레나에게 헤르미아와 뤼산드로스가 도망쳤다는 소식을 전달받고, 그들을 쫓아가요. 헬레나는 그 둘의 소식을 데메트리오스에게 알려주면, 데메트리오스가 자신을 돌아봐 줄거라 생각한 거죠.


요정의 깜찍한 실수


이렇게 헤르미아와 뤼산드로스를 쫓는 데메트리오스, 그리고 데메트리오스를 쫓는 헬레나. 정신 없는 사각 관계죠! 이들이 서로를 추격하며 발을 들인 숲은 바로, 요정의 왕 오베론이 살고 있는 요정의 숲이었어요. 오베론은 요정의 왕비 티타니아, 즉 오베론의 아내가 자신을 두고 사랑에 빠져버린 인간 소년을 밖으로 떨쳐버리고 싶어하던 차에 복잡한 4명의 남녀 소식을 접해요. 당연히 오베론은 가장 안타까운 짝사랑 중인 헬레나를 안쓰럽게 여기고, 장난꾸러기 요정 퍼크에게 심부름을 시켜요. 여기서 등장하는 마법의 꽃, 바로 사랑꽃! 사랑의 신 에로스의 화살을 맞은 사랑꽃의 즙을 잠든 눈에 바르면, 눈을 뜨고 바로 보이는 것에 반해버리게 된다고. 원래 자신의 아내 티타니아에게 쓰려던 이 방법을 데메트리오스에게도 쓰기로 해요. 데메트리오스가 이 즙을 바르고 눈을 뜨게 되면, 곁에 있던 헬레나에게 반할 것이라는 계산인거죠. 그런데 요정 퍼크 오베론이 데메트리오스를 가리켜 '아테네 옷을 입은 청년'이라는 말만 듣고, 서두르다 그만 뤼산드로스를 데메트리오스로 착각하고 그의 눈에 사랑꽃 즙을 발라버려요.


아테네의 귀족과 서민, 요정까지 세계관 대통합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요! 데메트리오스에게 버림받고 숲을 헤매던 헬레나는 잠든 헤르미아와 뤼산드로스를 발견하고 뤼산드로스를 깨워요. 맞아요, 사랑꽃 즙이 발라져있던 뤼산드로스는 잠에서 깨어 헬레나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져버리죠. 어라, 이게 아닌데! 당황한 요정 퍼크는 이제 다시 데메트리오스에게 사랑꽃 즙을 바르고, 뤼산드로스를 피해다니던 헬레나를 발견하자 데메트리오스도 헬레나에게 빠지고 말아요. 두 남자는 이제 헬레나를 차지하기 위해 싸움까지 벌이는 지경에 이르고, 헬레나는 자신을 놀리는 것 같은 상황에 당황스러워해요. 헤르미아는 하루아침에 자신을 바라보던 두 남자가 다른 여자를 두고 싸우려고 하니 화가 날 수 밖에요! 요정의 왕 오베론은 요정 퍼크에게 상황을 바로잡으라고 명령하고, 퍼크는 두 남자가 잠 든 사이 뤼산드로스의 약 효력을 없애요. 이렇게 뤼산드로스와 헤르미아는 다시 사랑을 이루고, 사랑꽃 덕에 헬레나와 데메트리오스도 짝이 되죠. 


도망간 딸 헤르미아를 찾으러 온 아버지 아이게우스도 결국 상황을 받아들이고, 연극의 마지막은 이 두 커플과 처음 등장한 테세우스와 히폴리테까지 총 세 쌍의 결혼식이 성대하게 열리며 막을 내려요. 


▲ University of Delaware Resident Ensemble Players (A Midnight Summer's Dream, 2010)


연극 자체로도, 현대적인 의미도 가득한 이 희곡 넓게 읽기 


이 작품은 한 여름 밤의 꿈을 통해 젊은 남녀가 진짜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려요.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을 마치 꿈 속에서 이루듯, 요정들의 장난으로 결국은 그 끝에 진정한 사랑을 알아가죠. 낭만적인 꿈에서 깨어나 설렌 경험, 내 심리를 반영하는 불안한 꿈 등 작품 속 네 남녀와 같이 우리는 꿈을 통해 이전의 현실에서 벗어나 또 다른 현실로 나아가는 힘을 얻곤 해요. 어쩌면 우리는 눈을 감으며 퍼크가 우리 눈에 사랑꽃 즙을 칠해주길, 또는 그 효력을 없애주기를 바라며 잠에 드는 건 아닐까요?


또, <한 여름 밤의 꿈>은 현대에도 그 의의가 회자되는 작품 중 하나예요. 작품이 쓰였던 16세기 후반 영국은 전환기로, 셰익스피어는 당대 사회변동 양상을 작품에 녹일 수 있었어요. 부상하던 젠더 인식 변화를 극적으로 담아냈다고도 보는 시각이 있어요. 작품의 주요 인물 헬레나와 헤르미아가 상황에 좌절하기보다 직접 사랑을 찾아 주도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요정의 장난에 변화를 겪는 두 남자와 대비되는 변치 않는 두 여자의 진취적인 모습이 새로운 여성상을 그려내고 있다고 해요.


여담으로, 재미있게도 셰익스피어는 희극인 <한 여름 밤의 꿈>을 쓰면서, 동시에 비극인 <로미오와 줄리엣>도 썼다고. 두 극의 결말은 조금 다르지만 그가 꾸준히 추구했던 주제, '진실한 사랑'을 다뤘다는 점에서는 유사한 점이 많이 느껴지기도 하니 함께 읽어봐도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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