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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롯 레터 Plot Letter Apr 03. 2022

성선설? 성악설? 나는... 둘 다!

내 안에... 너 있다!!

▲  원작 소설 'Strange Case of Dr.Jeykell and Mr.Hyde', 출처: 1st-art-gallery

내가 어제 사람을 죽였다고?


어둡고 음침한 런던의 밤거리... 쓰러져있는 소녀를 무자비하게 짓밟고 지나가고, 지팡이로 노인을 마구 내리쳐 살해하는 범죄가 끊임없이 발생해요. 이 모든 사건의 범인은 다름 아닌 하이드! 하이드는 헨리 지킬 박사가 만들어낸 제2의 자아예요. 지킬 박사는 정신분열증을 앓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인간의 본성을 선과 악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어요. 그리고 그에 맞는 화학약물 제조에 성공하죠. 그렇게 절대악의 캐릭터인 하이드가 탄생하게 됐다고.


지킬 박사는 낮에는 한없이 멋진 신사인 지킬의 모습으로, 밤에는 온갖 범죄를 저지르며 인간의 추악한 밑바닥을 보이는 하이드의 모습으로 살아가게 돼요. 지킬 박사는 하이드를 없애려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하이드의 힘은 커져만 갔고, 결국 지킬은 하이드를 통제하는 데 실패했다고.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이미 너무 유명한 작품 아니야?


<지킬 박사와 하이드>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단편 소설 중 하나로 출간되었어요. 스티븐슨은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어요. 당시의 영국은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제국주의를 가속화하여 영토 확장에 전력을 다하던 시기였고,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리며 대제국을 형성하고 있었죠. 그러나 화려한 외관과는 달리, 속은 쾌락과 욕정으로 가득한 귀족들의 모습이 자리잡고 있었어요. 스티븐슨은 이러한 모순적 시대상을 폭로한 소설을 잇따라 발표했고, 그 대표작이 바로 <지킬 박사와 하이드>라고! 그는 지킬과 하이드라는 인물을 내세우며 신분은 드러내지 않고 은밀하게 쾌락과 욕망을 해소해나가는 인간의 이중성을 묘사하고 있어요. 그 후, <지킬 박사와 하이드>는 이중인격 소재의 시초가 되어 많은 작품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오... 또 어떤 이면이 있는데?


<지킬 박사와 하이드> 소설은 대표적인 고딕 소설이에요. 고딕 소설이란, 고딕 양식과 같은 중세의 건축물이 주는 폐허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상상력을 이끌어 낸다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죠. 고딕 소설 속 공포적 요소는 인간과 다른 분위기의 기이한 존재들이 주는 두려움이에요. 바로 이 점이 현대 공포소설과의 차별점이라고! 현대 공포소설은 개연성을 중요시하여 연쇄살인마, 정신이상자 등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요소로부터 긴장감을 조성하고, 범죄에는 명분과 이유가 뒤따르게 구성해요. 하지만 고딕 소설의 악한 존재들은 악마의 하수인으로 인식되어 당대 서양의 가치관에 따라 무조건 없애야 하는 절대악으로 표현되죠.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드라큘라가 있다고!


▲  영화 <드라큘라 백작>, 출처: Wikimedia Commons

스토리가 너무 유명한 나머지 우리는 지킬과 하이드가 동일 인물이라는 점을 이미 알고 있지만, 사실 원작은 추리 소설이었어요. 지킬 박사의 친구가 범죄자 하이드를 추적하는 도입부를 시작으로 사건의 이면이 서서히 드러나는 구조로 구성되어 있죠. 지금은 이 반전이 시시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당시 영국에서는 6개월 만에 4만 부가 팔리고, 빅토리아 여왕도 읽었을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인간의 민낯은 지킬이야? 하이드야?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세상으로부터 주목을 받은 이유는 바로 인간의 본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질문은 역사가 오래된 철학적 질문으로, 보통 답변이 두 가지로 나뉘어요. 그것은 바로 우리도 잘 아는 인간은 원래 선한 존재라고 주장하는 맹자, 루소 등의 성선설과 인간은 원래 악한 존재로 교육이나 법을 통해 통제해나간다고 보는 순자, 홉스 등의 성악설이라고!


▲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포스터, 출처: 오디컴퍼니
그렇다면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성선설을 주장하는 건가요, 아니면 성악설을 주장하는 건가요?

내 안에 도대체 몇 명이 있는거야?


<지킬 박사와 하이드>에 대한 가장 대중적인 해석은 다중인격이에요. 즉, 스티븐슨은 선과 악 모두 인간이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는 '본성'이라고 생각한 거죠. 지킬은 하이드의 모습이 자신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오히려 하이드의 행동을 만회하기 위해 지킬의 모습으로 더 선을 행하죠. 마치 서로 다른 인물인 것처럼요. 이처럼 지킬과 하이드는 단순하게 선악을 대변하는 인물이라기보다, 그저 복합적인 각각의 인격이며 그들 사이에는 명확한 선과 악을 구분 지을 수 없다는 것이죠. 어떤 상황에 놓이느냐에 따라 인간의 행동이 모두 다르게 나타나는 것처럼요!



너는 원래 악마야! 그저 숨기고 있을 뿐!


한편, <지킬 박사와 하이드>에서 하이드의 힘이 점점 통제하기 힘들어진다는 결말에 비추어 보면 성악설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는 해석도 존재해요. 악은 선보다 훨씬 자극적이거나 충동적이며, 이를 억제하는 선을 악에게서 분리해내며 오히려 악에게 자유를 제공한 셈이 되어버린 점을 지적하죠. 또한, 지킬의 자아 상태에서도 하이드가 느낀 감정들을 '상쾌', '자유'로 표현하는 등 인간을 결국 쾌락과 욕망만을 추구하는 존재로 묘사하고 있어요. 


실제로 소설 속 지킬 박사는 하이드를 증오했지만, 막상 하이드는 지킬 박사에게 관심이 없었죠. 지킬 박사가 하이드를 위험하다고 인식하고 없애려고 했던 것도, 범죄를 저지르는 모습에 대한 반성 때문이 아닌 자신의 명예와 지위에 위협적이었기 때문이었다는 해석도 있다고!  지킬은 인간 내면의 악을 분리해냄으로써 죄책감 없이 쾌락을 탐닉하면서도 도덕을 수호하는 삶을 살고자 했지만, 제어 장치가 없어져 버린 악은 증식에 그치지 않고 인간 자체를 파괴해버렸다고 보고 있죠.



하이드 #지

<지킬앤하이드>는 유일하게 한국에서 성공한 뮤지컬?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2004년 한국 초연 이후, 여러 번 재연될 정도로 뮤지컬 세계에서 그 인기가 대단하죠. 하지만, 사실 지킬앤하이드가 오직 한국에서만 성공한 뮤지컬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지킬앤하이드>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원작을 바탕으로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한 뮤지컬이에요. 1997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첫 막을 올렸지만, 총 4년간의 공연에서 연달아 적자를 보며 살아남지 못했죠. 그 후 몇 번의 특별 공연만 이어질 뿐이었어요. 본고장인 미국뿐만 아니라 독일, 영국, 일본 등에서도 공연되었지만 크게 사랑받진 못했다고!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지킬앤하이드>가 유독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논레플리카(non-replica)' 프로덕션 덕분이에요. 논레플리카란 음악, 대본, 무대 등 모든 요소가 오리지널 작품을 따라야 하는 '레플리카' 프로덕션의 반댓말로, 공연이 오르는 현지의 정서에 맞춰 수정해가며 작품을 만들어나가는 것을 뜻해요. 국내 지킬앤하이드의 경우, 주인공 지킬 역에 젊은 배우들을 캐스팅하며 소설 속 젠틀하고 중후한 과학자였던 인물을 보다 도전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로 변형시키는 데 성공했죠. 이 외에도 브로드웨이 작품에는 없던 곡을 추가해 스토리에 긴장함을 더하기도 했다고!


▲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지킬&하이드 역 조승우 배우, 출처: 오디컴퍼니

지금 이 순간, 마법처럼~ 날 묶어왔던~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를 이야기할 때 단연 빼놓을 수 없는 하나가 바로 '지금 이 순간'이에요. 결혼식장에서 축가로 많이 불리고 있지만, 사실 곡의 맥락은 사랑과는 전혀 관계가 없답니다. 완성된 약물을 실험해 볼 임상실험 대상자를 구하지 못한 지킬이 자신에게 직접 주사를 놓기로 결심하는 부분에 등장하는 넘버이기 때문이죠. <지킬앤하이드>에 등장하는 넘버마다 한글 제목들이 붙어 있긴 하지만, 국내 팬들에게 원제목이 아닌 한글 제목으로 불리는 것은 유일무이 '지금 이 순간'뿐이라고!



연극에도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소재에서 영향을 받아 선과 악의 분리를 다룬 작품이 있다고 해요.

바로 이탈리아 작가 이탈로 칼비노(1923~1985)의 소설 '반쪼가리 자작'을 연극으로 재탄생시킨 공연이에요. 주인공 메다르도 자작은 전쟁으로 몸이 산산조각 나게 돼요. 야전병원 의사들이 아직 살아있는 자작의 몸을 이리저리 꿰맨 끝에 자작은 '악'한 부분만 남아 있는 반쪽 몸으로 고향에 돌아오게 되죠. 그러던 어느 날, 나머지 '선'한 부분의 또 다른 반쪽 자작이 나타나고 두 반쪽의 자작은 파멜라라는 소녀를 동시에 사랑하게 된답니다. 연극은 유랑극단의 배우들이 '반쪼가리 자작'이라는 공연을 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고! 원작의 동화적이고 환상적인 느낌을 살리기 위해 대사와 몸짓 외에 인형극과 그림자극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다고 해요. 과연 연극에서는 인간의 선, 악에 대해 어떻게 표현했을지, 또 어떤 관점으로 인간의 본성을 파악했을지 궁금하지 않나요? 


▲ 연극 포스터, 출처: 프로젝트 하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무대가 보고싶어!


혹시 <지킬앤하이드>의 무대를 본 적이 없으신가요?


▲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Confrontation' - '지킬&하이드' 역 양준모, 출처: UPstageTV

국내 지킬앤하이드가 연출적인 부분에서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사실 지킬앤하이드가 더욱 사랑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배우들 덕분이라고 할 수 있어요. 국내의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지킬앤하이드를 거쳐가며 그 입지를 단단하게 했죠. 특히 주인공이 반절은 지킬 분장, 반절은 하이드 분장을 한 채로 두 자아를 왔다 갔다하며 연기하는 '이중인격 연기'가 입소문을 타면서 지킬앤하이드는 '꼭 봐야 하는 뮤지컬'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고! '양준모' 배우의 소름돋는 이중인격 연기, 함께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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