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이혼에 대하여
전 세계적으로 저출산과 생산인구 감소가 큰 문제로 떠오르는 현시대에서, 사회학적 그리고 생물학적으로 출산 과정의 마지노선에 놓여있는 '대한민국의 30대 여성’으로서 우리가 고민하는 것은 무엇일까.
자, 먼저 결혼부터 얘기해 보자.
여자 나이는 크리스마스 케이크와 같다.
내가 20대 때 흔히 듣던 말이다. 크리스마스이브에 해당되는 24세까지는 불티나게 비싼 값에 팔리다가, 크리스마스 당일인 25세가 지나면 떨이로도 안 가져간다는 뜻이다. 기분 나쁜 반여성적인 농담인데, 웬걸, 세월이 지나며 저절로 사라졌다. 경제 환경과 시대 풍토가 변하며, 여자 나이 30대 미혼이 사회적으로도 꽤나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되면 서다.
나도 20대 때 ‘결혼’이라는 행위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있었다. 평생을 함께 할 반려자를 만나, 신성한 혼인의 서약을 나누고,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되도록 서로 의지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 어느 단어 하나 빼놓을 것 없이 완벽하게 아름다운 것이나, 현실성을 따져보면 마냥 쉽지 않다.
인간은 원체 의심과 욕망으로 이뤄진 존재인데, 지금의 내가 선택한 나의 배우자가 과연 최선의 선택이라는 보장이 어디에 있을까. 아니, 나는 그렇다 쳐도 나를 선택한 이 배우자의 마음을 어떻게 평생 곁에 붙들어 둘 수 있을까?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평균 수명 100세를 육박하는, 이렇게 불안한 시대에 우린 무엇을 믿을 수 있을까.
온라인 작가 플랫폼인 브런치에서 발간된 브런치 북 1위에서 10위 리스트를 보면, 무엇인가 느껴지는 것이 있을 것이다. ‘이혼하기’, ‘이혼하는 중입니다’, ‘돌싱’ ‘움켜쥔 결혼의 끈을 놓다’, ‘싱글맘’, ‘결혼을 후회한다’와 같은 제목과 내용의 글들이 최고로 많이 읽히는 시대이다. 결혼으로 맺어진 가족 구성을 유지하기보다, 헤어지는 편을 선택하거나 혹은 동경하는 시대인 것이다.
결혼율이 떨어지는 이유에는 현실적인 문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언젠가 네이버 메인에 걸린 경향 신문 기사를 스크랩해 둔 링크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 통계로 보는 1인 가구’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3.4%로 2050년에는 39.6%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돈 없어 결혼 못해요” 3 가구 중 1 가구 ‘나 홀로 가구’
이중 절반은 미혼이었다고 하며,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로 결혼 자금 부족(30.8%)과 고용상태 불안정(14.4%), 출산·양육 부담(12.0%)등 경제적 요인을 꼽았다. 이 정도가 되면 사실 경제적인 부담이 청년들로 하여금,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없는 지경으로 몰아넣은 것이 아닌가.
비혼과 미혼을 나누는 기준조차 모호해지는 시대다. 자본주의의 승리로 말미암은, 최고로 풍요로운 시대에서, 미래를 책임져야 할 청년들은 오히려 기회의 빈곤에 시달린다. 선거철마다 너도나도 캐스팅보트인 ‘청년층’을 위한 공약들을 내세우지만, 최근의 깡통전세 피해는 주로 청년들이 끌어안았다.
오늘만 사는 것 같은 MZ 세대의 실상은, 오늘만 살기도 벅찬 청년들의 모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