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욕망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윙크의사 Jan 17. 2023

위기 Crisis

더 이상 버텨낼 재간이 없을 것 같은

왠지 더 이상 버텨낼 재간이 없을 것 같은 순간이 있다. 내게 닥쳐온 위기는 너무 크고, 그에 비해 나는 너무나 작아 보일 때. 견딜 힘이 부족해 더 이상 나를 꾸며내지 못하고, 닳고 닳아 연약한 내면이 드러나 보일 때. 지금까지 어떻게든 붙잡고 있던 끈을 탁 놓쳐버릴 것 같을 때. 


위기가 기회라는 말을 누가 했는가. 그건 위기를 지나친 승자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정신없이 닥쳐오는 커다란 위기에 깔려 뭉개진 패자에게는 말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나를 무너뜨리는 위기는 예고도 없이 찾아오는데, 가만 살펴보면 인간의 한계가 이쯤 이라니 아주 허무하고 또 하찮게 느껴질 뿐이다.


밖의 세상에 비해 너무나 초라한 내 모습이 싫고, 또 소중한 이들에게 못나게 굴었던 내 모습이 후회스럽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자기혐오는 어느 순간 삶의 위기로 터져 나온다.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무엇이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나라는 존재는 그뿐이구나. 열등감에 휩싸인 결과다.


나처럼 똑같이 초라한, 조금은 더 잘 살았으면 싶은 부모를 보고 난 후면, 난데없이 위기가 몰려온다. 그들은, 모자란 나를 여전히 바라보고, 또 너무도 사랑할 뿐이다. 죄책감과 함께 몰려오는 처절한 무력함은, 나를 구렁 깊숙한 곳으로 끌고 간다. 아무리 크게 소리를 쳐도 아무도 날 구해줄 수 없을 것만 같은, 그런 어두컴컴하고 또 추운 곳 말이다. 


그럴 때면 도망칠 곳이 필요하다. 내게는 음악과 글이 도망칠 안식처다. 영혼을 위로하는 음악은, 속에서 고여있던 감정과 슬픔을 방출시킨다. 그렇게 정신없이 쏟아낸 것들을, 글로 옮기며 한 땀 씩 상처를 꿰맨다. 도망치는 건지, 씹어 삼키는 건지, 아님 토해내 치우는 건지는 몰라도, 음악 듣기와 글쓰기는 아주 효과적인 위기 대처법이다. 


누군가 구해줄 때까지 기다리는 건 너무 늦다. 

나를 구원할 사람은, 더 높은 차원의 나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대한민국의 30대 여성으로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