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흐르는 정보 속에서 우리가 찾아 헤매는 진짜는 어디에.
피로하다. 넘쳐흐르는 정보들 속에서,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한다는 것이. 나름대로 수집한 정보들을 분류하고, 또 다른 이들이 건네준 정보들을 주워 끼워 넣는 일들. 그리고 그 가운데서 가장 나아 보이는 옵션을 선택하고 또 그 선택을 정당화하는 과정이, 너무나 피로하다.
최선을 선택하기는 항상 어렵다. 아니, 어려운 것은 결과의 정당성과 합리성에 자기만족을 더하는 과정일지 모른다. 불확실성과 불안함을 안고, 나는 정보의 홍수에 잠겨 떠다니는 떠돌이가 되어 버린다. 떠돌다가 사라져도 아무도 모를 것 같은 그런 두려움이 엄습한다. 수많은 정보 사이에서 무엇이 진짜고 가짠지 구분하는 일에도 지쳐 버렸다.
병원과 의사를 고르는 일에 지쳐있다. 얼굴 안쪽 뼈가 꽤 많이 부스러져서, 어지간한 방법으로는 형태를 지탱하는 동시에 외부 균이 들어올 구멍을 막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최신, 그리고 실험적인 방법에 기대 보기로 한다. 전공의 시절, 환자들이 병원을 바꾸겠다고 이야기할 때, 절박한 감정에 휘둘린 바보 같은 선택이라고 생각했었다. 환자의 치료 역사와 과정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기존 병원이, 모든 면에서 낫다고 생각했으니까.
과거의 나와는 모순되게도, 나는 병원을 옮기려고 시도하고 있다. 그리던 그림책을 찢고 새로 밑그림부터 그리는 일이다. 여러모로 비효율적인 그 과정을 감내하면서라도, 절박하고 간절해서 뭐라도 해보자는 환자들의 심정이 이제야 이해가 간다. 현재의 결과를 받아들여 안주하는 대신, 나는 불확실한 가능성에 능동적, 그리고 적극적으로 돌진해 보기로 한다.
정보들 속에서 일시적으로 이뤄진 선택은, 언제라도 새로운 정보가 나타나면 뒤집힐 수 있다. 내가 자주적으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과정으로 보이지만, 실상 나는 작은 정보들에 휘둘리고 끌려다니는, 한심한 인간에 불과하다. 같은 의사이지만 전문 분야가 아니면 문외한인 탓에, 인터넷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이름 모를 수술 방법과 훌륭한 의료진이 있다는 병원을 찾아 시간을 소비한다.
쉬운 정보들이 넘쳐흐르는 지식 과잉의 디지털 사회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편리인가 효율인가 아니면 끝을 알고 보면 처참한 허무인가. 현대 사회에 주어진 자유라는 특권을 사용하여, 정보 홍수의 입장 티켓을 쥐었지만, 진짜를 알 수 없어 헤매고 좌절하는 것은 여전하다.
말로만 듣던 병원 쇼핑이다. 생명줄을 담보로 걸었다는 것을 제외하면, 괜찮은 후기의 좋은 물건을 고르기 위해 뒤지고 헤매는 인터넷 쇼핑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불확실한 선택에 목숨 걸고 시간을 소비하는 나의 모습은 과연 현명한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