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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사탕 Nov 14. 2023

어린이집 상담기

보낼 생각인데 상담 받지도 않고 통보식으로의 입소 확정이라뇨?


아이를 3월 신학기에 입소시킬 예정이었다. 작년 12월 초의 나는 그렇게 결정하고 3개의 어린이집에 대기를 걸었다. 24년 3월은 22년 12월를 살고 있는 나에게는 너무 먼 미래였다. 때가 되면 그 때의 내가 알아서 하겠거니, 하고 미래의 나에게 아이의 어린이집 입소라는 to-do list를 남겨두었다. 그리고 오늘, 어린이집 상담을 다녀왔다. 갑자기 그렇게 됐다. 과거의 나는, 그러니까 22년 12월의 나는 이렇게 진행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복직 직전의 나, 그러니까 불과 3개월 전인 23년 9월의 나 역시도 이런 방식으로 진행되리라고는 한 치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도 9월의 나는 복직 전 퀘스트로 어린이집 상담을 염두해두었다. 가장 유력한 두 곳(대기 순번이 5번 이내인)에 전화를 했고, 방문 의사를 밝혔으나 한 군데는 굳이? 벌써? 왜? 우리가 11월에 전화 줄건데? 그 때 오면 되는데?(비약하면 그렇다) 이라는 반응이었다. 기분이 상했다. 빈정이 상했다. 엄마네 단지내에 있는 어린이집이라는 이점 때문에 이 곳에 보낼 작정이었다. 등하원을 당연히 엄마가 시킬 거라고 생각했고(물론, 남편이 등원시키고 엄마가 하원시키는 그림은 생각도 못했을 때) 그렇기 때문에 엄마가 등하원 시키기 편한 곳이 우선 순위가 높았다. 그리고 다들 그러더라.


가까운게 최고예요. 회사도 그렇잖아요. 눈오고 비오면 등하원시킬 때 힘들어요. 그래서 무조건 가까운데가 좋아요. 

그래서 별 다른 고민을 하지 않고 엄마네 단지로 보낼 작정이었고, 게다가 대기 순번도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지만 꼭 상담을 받아보고 싶었다. 어쨌든 물리적인 거리가 제일 중요할지라도 내 아이가 하루의 절반 이상을 보낼 곳인데 방문하지 않고, 선생님이 어떤 사람인지 만나보지 않고 보낸다는 건 엄마의 직무유기 같았다. 그래서 복직 전에 가보고 싶었는데 너무 시기 상조이다, 라는 반응에 그래 내가 너무 성급했나, 의 마음과 아니 그렇다고 너는 잘 몰라서 그러는데, 라며 이렇게 코웃음칠 일인가?(역시 비약일 수 있다)


그렇게 인상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 곳이었는데 며칠전에 갑자기 신학기 확정 문자를 받았다. 상담도 안받았는데 신학기 확정을 한다고? 이게 일반적인 것인지 확인했더니, 모두들 처음 듣는 경우라고 했다. 두 번째로 기분이 나빠졌다. 하물며 전화 상담 조차 없이 이렇게 통보를 한다고? 보내긴 보낼 건데 이런 식이라고? 아니 대체 왜??????? 내 의사는 안 물어보고? 근데 보내긴 보낼건데? 이런 방식으로 보내게 된다고???


그러다가 대기를 걸어 놓은 다른 곳에서 연락이 왔다. 입소가 가능한 순번인데 입소를 시키겠느냐, 근데 다른 곳에 신학기 확정이 되어 있던데 보내기로 한 것이냐, 


허허 아니요. 보낼 수도 있는데 보낼 마음은 아직 못 먹었는데요. 


상담 없이 이렇게 확정이 받는 경우가 있냐고 물었더니 그건 국공립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불법이란다. 마음이 다급해졌다. 대기를 걸어 놓은 세 곳이 모두 입소가 가능한 상태가 되었다. 골라서 가면 되는데 고를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국공립인 두 곳은 하루라도 빠르게 보낼 의사를 결정하지 않으면 순번이 밀릴 수 있다고 해서 나를 매우 초조하게 만들었고, 나의 의사는 상관없이 입소 확정을 한 어린이집은 마뜩치 않았다. 근데 나는 현재 워킹맘 아닌가, 심지어 지난 주에 연차를 두 개나 썼는걸? 근데 내일 당장 반차를 써야 하는 상황인거다. 반차를 써서 상담을 받아보기로 했다. 세 곳 중 두 곳은 가능했고 한 곳은 이번주는 안된다고 했다. 어짜피 이번주에 안된다고 한 곳은 마음속 순위가 낮았기 때문에 일단 재끼고, 둘 중 한 군데를 보낼 것이니 가보고 결정하자. 그래도 늦지 않을거야, 의 마음으로 반차를 냈다.



후보① 민간, 장점 : 친정엄마내 단지에 있어서 등하원이 용이

후보② 국공립, 장점 : 국공립, 대기자가 많음(즉, 인기가 있다는 이야기)


나는 그 이전부터 2번에 보내고 싶었다. 국공립인데다가 동네맘카페에서 평이 좋았고, 대기자도 많았다. 2개의 국공립에 대기를 걸었지만 이 곳이 좀 더 마음이 간 건 이미 보내본 엄마들의 평과 대기자의 숫자였다. 그런데 상담을 와도 좋다니 옳다구나, 먼저 가보고 마음에 들면 이 곳으로 보내자!의 마음으로 2번 보다 먼저 상담 시간을 잡았다.


남편과 아이를 대동해서 세 식구는 어린이집에 처음 발을 들였다. 아이는 병원에 온 줄 알고 울고 불고 난리가 났고(원장 선생님이 자주 다니는 소아과 의사쌤과 비슷함 ㅎㅎㅎ) 남편은 그런 아이를 달래느냐 정신이 없었다. 덕분에 불행중 다행으로 남편은 어린이집의 전반적인 환경을 보고 느꼈다고 한다. 


친구가 그랬다. 상담 받아보면 정말 딱 느낌이 온다고, 여길 보내야겠구나 하는 촉이 온다고. 그러니까 꼭 상담을 받아보고 결정하라고 했는데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너무 알겠더라고. 이 곳에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원장선생님의 상담 내용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조도가 높아서 밝았고 조리사선생님도 2명에 아이들의 반 구성도정리가 된 것 같았다. 대체로 만족했다. 어쩌면 모든 어린이집이 일단 기본적으로 이렇지 않나, 라고 생각할 정도로 첫 인상이 좋았다. 물론, 등하원을 시킬 주체인 남편과 엄마의 동의가 있어야겠지만 남편도 선생님들의 분위기나 아이들이 밝아서 좋았다고 한다. 남은 건 엄마의 동의 정도이군,


두 번째 상담을 받으러 간 곳은 음.. 그래 현관부터 느낌이 왔다. 이 곳은 나랑 안맞겠다. 아 더 들을 것도 없다, 고 생각할 만큼(어쩌면 그건 1번이 너무 흡족하게 마음에 들어서 일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그래 맞아, 그것봐 그 때 전화 상담도 그랬잖아, 로 시작해서 무엇 하나 마음에 안들기 시작했다. 보육료를 끊임없이 언급하는 것도 그랬고, 원장실이 상대적으로 좁고 어두워서 1번과 비교가 되기도 했고, 아이들에 대한 애정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고 할까. 상담을 받아본 덕에 결정이 쉬웠다. 


입소 확정이 된 곳의 입소 대기를 취소하고 마음에 들었던 어린이집에 전화해서 확정을 부탁했다. 아.. 고작 만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니 세상 빡셌다. 그렇긴 하다. 육아가 그렇다. 무엇 하나 예상대로 되는 게 없다. 맞다. 내가 그걸 간과했다. 내가 너무 안일했다. 미리미리 준비했었어야 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렇게 되었다. 물론 내탓도 니탓도 누구 탓도 아니다. 처음 겪는 일이라 그런거겠지. 이렇게 하나씩 나아가는 모양이다. 어디로 나아가는지는 모르겠는데 말이지.


이렇게 아이는 내년 3월에 어린이집에 간다. 아이의 첫 사회생활이다. 거기에 큰 의미를 두진 않는다. 불쌍하거나 짠하진 않다. 다만, 낯을 많이 가려서 걱정이 될 뿐이다. 이 또한 네가 겪어야 할 성장 중 하나 아니겠니, 싶기도 하다. 아이는 36개월까지 엄마가 봐얀다는데, 는 정말 이 현실을 모르는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교과서 적인 말들이다. 전업주부도 온전히 아이를 36개월까지 보기 힘들것이다. 그건 돌이 지나기도 전에 알 수 있다. 그러려고 사회적인 제도와 인프라가 있는거 아닌가, 라지만 우리 나라는 제도와 인프라가 너무나도 턱없이 부족해서 아이를 키울 수가 없는 환경이다. 이건 매분 매초 느끼는 바이다. 아이를 낳으라 낳으라 하지 말고 인프라에 투자해서 수를 늘리고 질을 높여얀다. 그래야 애도 키우고 엄마도 산다... 지금은 아이를 키우기 위해 가족 모두가 희생해야 하는 구조 아닌가.. 


어쩌다 이야기가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ㅎㅎ 매일 조금이라도 일기를 쓰기로 했다. 흘러가는 내 마음을 잠시 잡아두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내가 느끼는 마음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싶어서이기도 하다. 하다보면 습관이 되겠지, 하는 바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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