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우리 삶에 찾아온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하나가 지구 전체를 완전히 바꿔 놓고 있다. 처음에는 이전에 온 신종 플루처럼 얼마 지나지 않아 백신이 생기고 무사히 지나갈 줄 알았는데, 이번에는 사태가 생각보다 더 심각한 것 같다. 코로나 19는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의 삶을 바꿔놓았다.
코로나 19로 속수무책으로 확진자가 빠르게 증가하던 세계 곳곳의 국가들은 때가 되면 사람들이 많이모이는 해변 등에 사람들의 출입을 금지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놀라운 사진이 발견됐다.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서식지를 빼앗겼던 동물들이 코로나 19로 사람들이 없는 틈을 타서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다. 이 사진을 보며 놀라웠지만 한 편으로는 마음이 아팠다. 지방에 가기 위해 고속도로에 들어서면 종종 양 방향 고속도로를 가로지르는 공간에 이렇게 적혀 있는 걸 볼 수 있다.
동물들이 지나다니는 길입니다.
'아… 동물들이 뛰어놀고, 마음껏 돌아다녀야 하는 길을 사람들이 다니기 편한 길을 만들기 위해 다 없애 버렸구나. 그나마 저 정도의 다리를 남겨두고 말이지…'
앞만 보고 달려온 성장의 길에서 이제는 브레이크를 밟고 잠시 성장을 멈추고 주변을 돌아봐야 하는 시점이 온 것 같다. 아니, 어쩌면 지구는 인간들 스스로 보지 못하는 무지함을 일깨우기 위해 코로나 19와 같은 대재앙의 상황을 만든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너희의 이기주의로 다른 생명체를 짓밟아 온 것의 결과를 똑똑히 봐. 결국 이대로 가다가 멸종하는 건 우리가 아니라 너희 인간이란 종족이라고!'라고 마치 얘기하는 것 같다.
코로나 19가 오기 몇 달 전 라디오에서 뉴스 기사를 들려줬다.
항공 산업은 계속 발전하고 있어서 비행기를 운전하는 파일럿의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매우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 기사를 듣고 한 때 파일럿을 꿈꾸었던 나는 못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이제라도 도전해봐?' 하는 마음도 있었다. 매해 설과 추석 연휴를 포함해 운 좋게 공휴일이 연속으로 있거나 샌드위치 공휴일이 있는 연휴에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인산인해를 이루던 인천공항. 코로나 19는 인천공항의 모습도 180도 다르게 바꾸어 놓았다. 앞으로 주가가 오르기만 할 것 같았던 항공사는 이제 직원들을 유지하는 것조차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
식당이든, 미용실이든 SNS 홍보를 잘하고 맛이 있다면 얼마든지 높은 매출을 유지할 수 있었던 업종이지만 '사람이 꼭 와야만 하는 대면 서비스'를 하는 경우 코로나 19의 직격탄을 맞았다. '객단가'가 중요했던 식당들은 오히려 배달로 매출을 올리기 시작했고, 배달조차 할 수 없고 무조건 대면을 해야만 하는 미용실은 중대형 살롱보다 소규모에 한 번에 한 명만 시술을 할 수 있는 1인 숍이 오히려 코로나 19의 영향을 적게 받았다.
객단가보다 배달 단가가 매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고, 규모보다는 안정성이 중요해졌다. 학원, 요가, 헬스, 필라테스 등의 교육 기관에 있어서도 온라인 영상 강의가 가능한 곳의 경우 오히려 코로나 19가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었고, 운동 기구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의 경우 지속하기 어려워져 버린 것이 사실이다.
어떤 업종이나 직종이든 코로나 19로 인해 바뀌는 세상을 맞이해 변화할 수 있는 곳에는 기회가 생겼고 그렇지 못한 곳은 희망이 점차 사라지는 것 같다.
코로나 19가 오기 전 사람들에게 '여유자금이 생기거나 여유 시간이 생기면 무엇을 할 거냐?'라고 물으면 10명 중 과반수 이상은 '여행을 간다'라고 답했다.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 가는 것이 어떻게 보면 가장 간편(?)하고 확실한 휴식 방법이었다. 그런데 이제 여행을 갈 수 없는 상황이 없는 상황이 되자 사람들은 국내 여행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맛있는 것을 먹고 좋은 것을 보러 다니는 여행의 방식보다 새로운 장소에 가서 큰 이동 없이 '쉬고 오는 것'을 휴식이라고 여기게 된 것 같다.
2차 코로나가 오기 전 정상적인 등교를 할 예정이었는데 코로나가 다시 확산세에 접어들자 아이들의 등교는 다시 연기되고 말았다. 이에 '아이들이 학교와 학원에 가 있는 시간'이 유일한 쉬는 시간이었던 엄마들에게는 엄청난 좌절감이 밀려왔을듯하다. 그리고 기자들은 '독박 육아로 힘들어하는 엄마들'에 대한 기사를 쏟아냈다.
시간이 필요하거나 아이들이 집에 없는 등 특별한 조건이 필요한 '휴식'을 선택했던 사람들에게 코로나 19로 인해 모든 것은 멈추어야 하는 이 상황은 정말 고통스러운 시간일 것이다. 힘들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내가 즐거울 수 있는 또 다른 휴식법을 찾아 코로나 블루와 같이 심리적으로 힘든 상황이 오더라도 잘 이겨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코로나 19, 50일 이상 그치지 않는 비, 예년에 비해 너무 더워진 여름, 그리고 반대로 추워진 겨울. 도널드 트럼프를 한 방에 보내버렸던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지금 이러고 있을 때냐'며 그렇게 애타게 외치던 소리는 완전 다른 나라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김어준의 다스 뵈이다에서 조천호 교수가 얘기한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현 지구 상의 먹이사슬의 가장 꼭대기에 인류가 멸종의 기로에 설지 아니면 계속 생명을 유지할지 결정되는 데 단 40년의 시간밖에 남지 않았다는 말은 정말이지 충격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 결정에 앞서 현재와 같은 기후위기가 더욱 심각해지는 것을 체감하는 데 주어진 시간은 7년뿐이라는 것.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이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 이름 석자가 담긴 책을 인쇄하고 싶은 마음,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명상요가 지도자가 되는 것, 시골 땅에 지을 집을 만들기 위해 벌어야 하는 돈. 이런 것들이 다 부질없는 것일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햇빛, 바람, 공기와 수분 등을 담아 자라난 생명체가 마치 한 번 솟구쳐 오른 화산으로 뒤덮여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과 내 인생이 뭐가 다르지? 그렇게 사라질 이 생이라면 지금 당장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어찌 됐든. 코로나 19의 나비효과로 나는 환경의 중요성을 크게 인식했고, 덕분에 환경을 지켜내고자 하는 실천에 대한 의지도 강해졌고 마음속 구석구석에 지니고 있는 개인적인 욕심을 조금은 내려놓았다. 물론, 이 마음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두고 볼일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