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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상하는 마케터 Sep 15. 2020

사업자 등록을 했다

실험하는 아이디어 컴퍼니

사업을 하고 싶었다.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난다. 언제부터인가 막연하게 '언젠가 내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돈'이 전부는 아니었다. '좋은 회사' 그리고 '누구나 일 하고 싶어 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 사업을 하고 싶다고 얘기하면 10명 중 아홉 명은 내게 물어본다. "생각하고 있는 아이템이 있어?" 없었다. 무엇으로 돈을 벌지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어떤 회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학벌, 지위, 명예, 경험 따위로 사람을 뽑기보다, 그 사람의 강점과 인품으로만 사람을 뽑고 싶었다. 나 혼자만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회사가 아니라 '함께 잘 먹고 잘 살고 싶은 마인드를 가진 회사'이길 바랐다. 먹고살기 위해 직장을 구하고 일을 하면서 '불만'인 부분들이 생겨났고, 그 불만들 덕분에 내가 만들고 싶은 회사의 모습을 하나씩 갖춰 나가기 시작했다. 비록 '사업 아이템'은 없지만 말이다.

'뭘로 먹고살지?' '어디서 일해야 하지?'라는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괴로운 시간을 보내던 지난 4월. 내가 가진 재능이 무엇인지, 나는 어떤 취향과 기질을 가지고 있는지, 지금까지 나의 경험을 토대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 것인지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나는 사람들의 강점을 발견하는 직관력이 남들에 비해 뛰어난 편이었고,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즉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실행력과 실험정신을 가지고 있었다. 비록 디테일은 떨어졌지만… 일하는 과정에서 프로세스 간의 연결고리를 빨리 파악하는 편이고, 어떤 모임이나 공간에서 사람들이 조화롭게 잘 지낼 수 있게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자유'라는 키워드가 중요한 사람이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언제 어디서든 노트북이나 노트 하나만 가지고 글을 쓸 수 있는 '작가'라는 직업이 있었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좋은 책'을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지금까지의 경험에서 내가 즐거웠던 순간들을 떠올려봤다. 사람을 만나고, 무언가를 기획하고, 그것을 진행하는 것이 즐거웠다. 이 단어들을 조합해 보니 '실험하는 아이디어 컴퍼니'라는 회사가 떠올랐다. 회사의 CEO, 대표, 사장이란 단어보다 조금 더 평등한 용어가 좋을 것 같다. 기획하고 만드는 '프로듀서'라는 단어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실험하는 아이디어 컴퍼니'의 프로듀서라는 나만의 새로운 직업을 상상 속에서 만들어냈다.


이번에는 신이 내게 길을 열어줄까? 우울과 무기력이 번갈아 가며 나를 찾아오던 그때 내게 첫 번째 실험의 기회가 주어졌다. 다행히 우울의 상태가 더 심각해지기 전이었고, 한 번 일을 시작하면 몰입도가 높은 편이었기에 열심히 기획안을 만들었다. 그러다가 도움을 줄 사람을 만났고, 조언을 받아들여 기획안을 수정했다. 그러나 때마침 내 상태는 최악이 되었고, 하고 있던 모든 것에서 손발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놓아 버렸다. 그러던 와중에도 내게 또다시 다른 기회가 다가오고 있었다. 직감적으로 '기회'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곧 정신을 차렸다. 다시 하나씩 해 나가기 시작했고, 왠지 이번에는 '신이 내 편이 되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움직이고 있었다. 달팽이처럼 느리지만 어찌 되었든 가고 있었다.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대부분의 사장들은 쉴 틈도 없이 계속 경영과 이익에 대해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을지 고민한다.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응당 그리 해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너무 잘 이해하고 있지만 '중요하지는 않지만 당장 해야 하는 급한 일'을 먼저 끝내고 나면 다른 중요한 일은 잊어버린 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기도 하고, 때론 미친 척 티브이 앞에서 저녁시간을 다 보내 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쉬는 동안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뭐라도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쉬는 시간은 필요해. 재충전의 시간 말이야'라고 어느새 정작 중요한 일은 안 하고 있는 스스로를 합리화시키고 있었다.


작가가 되려면 출근하는 직장인처럼 글을 써야 하고, 사업가가 되려면 직장인보다 몇 배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겨우 하나라도 이루어낼 수 있다. 그 하나가 이뤄지면, 또 다른 하나가 따라올 것이다. 과연 나는 잘할 수 있을까? 자신이 있는 것일까? 너무 막무가내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정작 집중해야 할 생각은 하지 않은 채 엉뚱한 생각들에 온 신경이 집중되어 있다. 그러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그래,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뭐라도 해야 해.'라고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2012년 실험하는 아이디어 컴퍼니를 만들고 '실행력'을 앞세워 사업자 등록을 하기 위해 구청의 관련 과를 방문했다. 신청서를 작성하는데 '업종과 업태'를 뭘로 적어야 할지 막막해 고민만 하다가 결국 사업자 등록증 만들기를 포기하고 돌아왔다.

2020년 퇴사 후에 운영하게 될 온라인 마켓을 오픈하기 위해 다시 사업자 등록증을 신청했다. 여전히 회사명은 '실험하는 아이디어 컴퍼니'이고 다행히 업태와 업종이 명확하게 정해졌다. 퇴사 통보를 한 뒤에 부장님이 내게 물었던 게 생각난다. "퇴사 후에 그럼 온라인 스토어를 하는 거야? 그걸로 돈이 되겠어?" 그래서 나는 대답했다.

 아.. 그건 시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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