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3개월 차, 전 직장 동료에게 카톡이 왔다.
과장님, 저희 폐간해요
잡지사에서 잡지를 폐간한다는 말은 회사 문을 닫겠다는 얘기인데, 갑작스러운 소식에 가슴이 헛헛해졌다. 승승장구하며 잘 나가야 '회사에 좀 더 있을 걸 그랬나?' 하는 후회라도 들 텐데 말이다. 게다가 2020년이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직원들마저 올해까지만 일을 하게 한다니 외부인인 내가 들어도 당황스러웠다.
사실 15년 이상 본사에서 오랜 시간 적자를 메꾸어 가며 이끌어 온 게 대단하긴 했다. 몇 년 전부터 온라인 쪽으로 숨통이 좀 트여서 광고가 꾸준히 들어와 이제 겨우 자체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수준에 올라왔나 싶었는데, 코로나 19로 어려운 시기가 되자 결국 이런 결정을 하게된 것 같다. SNS에 올린 전 직장 소식을 듣고 잠시 회사에 같이 일했던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언니, 회사 문 닫는다면서요?" 갑작스러운 소식에 안타까워하고 남은 사람들을 걱정하는 마음은 모두 다 같았다. 주로 퇴사할 때는 회사에 대한 불만이 전혀 없지는 않은 상황에서 나가게 되지만, 그래도 나간 사람들이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가지는 걸 보니 회사가 그리 나쁘지는 않았나 보다 싶다.
퇴사 후에 몸을 담고 있는 명상요가 센터도 코로나로 1년 이상 마이너스 운영을 견디다가 20년 가까이 강북에서 운영하던 지점의 문을 얼마 전에 닫았는데 전 직장 소식까지 들려오니 이제야 코로나 19로 인한 경제적인 여파가 무척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연말에 천명 단위로 확진자가 늘다가 정부의 강력한 조치로 다시 조금 주춤해졌지만, 변이 바이러스까지 들어오고 계속 산발적으로 확진이 되고 있어 코로나 정국 이후에 가장 심각한 상황에 이르게 된 것 같다. 누군가의 말처럼 코로나와 함께 한 2020년이란 1년의 시간이 통째로 사라진 느낌이다.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던 거의 모든 것들이 온라인 중심으로 옮겨졌다. 그나마 온라인으로 옮겨갈 수 있다면 그래도 나은 상황이다. 오프라인으로만 할 수 있는 업종들은 더욱 심각했다. 서울에서 킥복싱장을 운영하던 어떤 사람은 코로나가 시작되고 서울이 심각해지자 (먹고 살아야 하니까) 다른 지역으로 옮겨 다시 오픈했는데, 코로나로 실내체육시설 중단 권고가 지방까지 이어져 결국 다시 문을 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코로나로 인해 돈이 벌리는 사업도 있다. 코로나를 앞두고 게르만 민족이 된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 등의 배달 사업이야 말로 코로나 19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되었고, 외부활동이 차단되고 집에 있는 시간이 늘다 보니 인테리어, 주방용품, 오디오 등 산업의 매출은 크게 증가했다고 한다.
온라인 구매가 늘어난다고 하지만, 스마트 스토어 등 온라인에서도 부익부 빈익빈이 존재한다. 스토어를 오픈한 지 4개월 차인 나의 경우 스토어 매출이 시작할 때 예상한 것보다 더디게 오르고 있다. 내게 스토어 운영 방법을 알려준 지인의 스토어 역시 매출이 크게 떨어졌다고 한다. 특히 이미 많은 리뷰를 받은 기존 제품 외에 새롭게 올리는 제품의 경우 판매율이 확실히 저조해졌다고.
배달 사업 내에서도 역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날 것 같은데, 지나가다 동네에 있는 요거프레소 매장을 봤다. 대형 프랜차이즈 전문점은 오히려 배달로 인한 매출이 늘었을 것 같고, 중소형의 브랜드 파워가 크지 않은 매장들은 그에 비해 배달 매출 역시 적지 않을까 생각했다.
코로나로 자기 색깔이 확실한 브랜드가 살아남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스토어를 오픈해 '안 되는 거 빼고 다 팔아'는 식으로 잡화점처럼 운영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살아남기 힘들겠다 싶어 자체 브랜드 제품을 준비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코로나라는 거대한 태풍이 쓸고 간 자리에 과연 무엇이 남고, 무엇이 사라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