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넥스트 커리어 코치 Apr 09. 2021

2014년, 별자리점을 보다

내가 바로 '천직'이다

2014.


지난 크리스마스에 이사해 세 달이 지나서야 집들이하러 온 친구들. 같이 살고 있는 두 친구가 집을 빼고 각자 살기로 했단다. 5년간 다니던 회사도 정리하고, 집 보증금을 가지고 6개월간 세계 여행을 하기로 결심했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어떻게 그렇게 큰 결심을 하게 되었는지 물어보니, 얼마 전에 별자리점을 보고 와서 결심했다고 한다.


"오! 별자리점???"


일주일 뒤에 면접이 예정인 나. 살롱에 계속 머물고 싶어 여기저기 일할 다른 곳을 기웃거리고 있는데, 막상 또 일할 사람이 없어져 힘들어지는 살롱 9를 '지금' 떠나는 것이 맞는지 고민하던 중이라 나는 더욱 별자리점에 혹했다. 당장 연락처를 받고, 문자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늦게 죄송해요. 친구 소개로 문자 드립니다. 다음 주 월요일이나 수요일에 상담받고 싶은데 혹시 시간 가능하신가요? 답장은 천천히 주세요.!"


금요일 밤에 보낸 문자에 주말을 지나 월요일까지 연락이 없었다. 그러다 화요일 오전에 답장이 왔다.


"아, 이거 죄송해요. 제가 너무 바빠서 답을 못 드렸어요. 내일 가능합니다. 언제가 좋으세요?"

"안녕하세요! 내일 오후 12시에 가능하신가요?"

"네 좋습니다. 상담시간 1시간 상담료는 현금 5만 원. 생년월일 생시 알아오시면 됩니다."


다음 날 7시 요가 수업, 9시 명상 그리고 10시 요가 수업까지 마치고 부리나케 별자리 상담소가 있는 이대역으로 향했다. 약속시간 지키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운 나는 어김없이 10분 정도 늦어서 헐레벌떡 별자리 상담소로 들어섰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붉은 카펫과 커튼 그리고 아로마 향이 나는 오묘한 분위기가 내 앞에 펼쳐졌다. 마치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점성술사같이 신비함이 느껴지는 분과 눈이 마주쳤다.

"안녕하세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어서 오세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식사는 하셨어요?"

"아니오."


컴퓨터가 놓인 책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부드러운 슈크림이 들어간 맛있는 빵과 따뜻한 차 한잔을 내 앞에 놓아주신다. 배가 고파서 허겁지겁 먹어치웠다. 간단히 인사를 하고, 내게 생년월일과 생시를 물어보았다.


"19xx 년 x월 x일이요, 시간은 정확히 모르는데 오후 4-5시쯤이요?"

"아, 좋은 날 태어나셨네요? 그것 아세요? 세계적으로 이 날이 독립기념일인 경우가 많아요. 별자리 점을 만든 융도 원래 자기 생일은 하루 전인데, 이 날을 자기 생일이라고 말하고 다녔데요. 그만큼 좋은 날이죠."


컴퓨터의 어떤 프로그램에 내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간을 입력하니 동그란 그래프에 다양한 문양들이 쫙 펼쳐졌다. 그러면서 사마리아님이 내게 말했다.


"아기가 태어나는 그 순간 우주에 있는 태양, 달, 별에서 어떤 기운이 그 사람에게 새겨져요. 오늘 아마 어떤 고민이 있어서 오셨겠지만, 우선 제가 무르팍 도사처럼 이 별자리 차트에서 알 수 있는 것들을 얘기해 드릴게요."


내가 태어나는 그 순간 온 우주의 기운들이 모여 내게 새겨진다니, 왠지 정말 그럴 것 같다. 이어 내 별자리를 가진 사람들이 가진 특징들을 하나씩 꺼내놓기 시작했다.

"정말 좋은 시기에 제게 왔네요. 아마 2-3년 전에 와서 제가 하는 얘기를 들었다면, 별로 와 닿지 않았을 것이고, 몇 년 뒤에 찾아왔다면 많은 것들을 놓쳤을 수 있기에 아쉬웠을 거예요. 앞으로 6년이 신치씨에게 좋은 기회가 될 거예요. 신분 변화의 시기라고 할 수 있죠. 특히 13개월에서 15개월 사이에는 극심한 변화가 찾아올 거예요. 예를 들어, 지금까지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았다면, 앞으로 무언가 다른 어떤 것이 될 거라는 거죠. 구슬을 만들어야 합니다. 다양한 구슬을 많이 만들어야 해요. 이 별자리를 가진 사람들은 한 가지 일을 30년간 한다고 전문가라는 소리를 듣지 않습니다. 오히려 여러 가지 다양한 일들이 구슬처럼 꿰어지면서 전문가라는 소리를 듣게 되죠. 운이 있는데 노력해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렸을 거예요. 하지만 이제 무슨 일을 하든 '간만 보자'는 심정으로 가볍게 시작해 보세요. 외톨이지만, 편견을 바꿀 수 있는 사람입니다. 지금까지 내 부족함이 들킬까 봐 걱정하며 살아왔어요. 그래서 공허하고, 실력이 부족하다고 느꼈죠. 또한 지금까지 인정받으며 살아왔고, 선한 인상 덕으로 살아왔어요. 하지만 이제 우주는 신치씨에게 서류를 요구할 거예요. '너는 어떤 사람이니?' 질문에 준비해야 하는 시기가 온 거죠. 수료증, 자격증, 유학을 가서 학위를 딴다거나 증명할 수 있는 여러 가지를 준비하세요. 여러 가지 일들에 간 보듯이 손만 대어 보세요.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하되, 시간을 효율적으로 잘 쓸 수 있어야 합니다."


주피터처럼 이 별자리를 가진 사람은 '내가 바로 천직'입니다. 도자기를 깨어 내 안의 수많은 천직들을 꺼내며 살아야 합니다.


내 별자리를 가진 사람들의 일반적인 특징이라는데, 그냥 내 얘기였다. 다 듣고 나서 '안도감'이 들었다. '아, 내가 제대로 잘 살고 있구나.' 하는 안도감. 특히 '여러 개의 구슬을 꿰며 살라. 넘 잘해야 한다는 중압감보다, 무엇이든 하고 싶은 일을 하되, 간만 보라."는 말이었다. 방황했던 지난 2-3년의 시간에 나를 가장 많이 괴롭혔던 점이 바로 '나는 왜 이렇게 맥락 없이 여기저기 방황하며 살고 있는 걸까?'였기 때문이다. 이력서를 내면 언제나 미끄러졌고, 지인들을 통해 일하게 된 곳은 내가 일을 시작하면 회사가 문을 닫거나 상황이 바뀌어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흔히 사회에서 말하는 '스펙'과는 너무 멀리 온 것이 아닌가 싶어 괜히 혼자 초조하고 불안했다. 하지만 그 2-3년의 시간을 거쳐 지금의 나는 나를 보는 시선, 사회가 요구하는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졌다. '내가 좋으면 된 거지, 오랜 시간이 지나 되돌아보면, 내게 일어난 일들에 다 이유가 있겠지. 지금은 도대체 내게 왜 이런 일들이 생기는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 사실은 내 마음이 편해지기 위한 자기 합리화였다. 그러나 자기 합리화에 대한 자책보다 나를 압박하는 것들로부터 해방되었다는 사실이 훨씬 중요했다.

그래서인지 내 별자리를 가진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사는지를 들으며 지난 몇 년의 시간들이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스쳐 지나가 눈물이 날 뻔했다. 그동안 얼마나 애타게 '나'를 찾아왔는가. 무의식 중에 찾고 싶은 '나' 였기에 왜 찾아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 적도 없다. 그냥 찾아야 했으니까. 찾아야만 숨통이 트일 것 같았다. 구본형 선생님을 만나기 위해 3년의 시간을 기다렸던 것도, 사부님이 돌아가시고 지금의 짝꿍을 만나 두 번째 스승을 만나게 된 것도. 지금도 여전히 '본래 그러한 나-내가 태어난 그 순간 온 우주가 내게 새겨놓은 그 무언가'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사마리아님에게 받은 별자리 상담은 그 과정에 '나를 향해 제대로 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디딤돌이었다. 어떤 점이든 '다 자기 마음 편해지기 위해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것'이라곤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그런데 별자리점을 보고 2주가 지난 어느 토요일, 카페에서 일을 하다 문득 '각기 다른 우주의 기운을 받아 너무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우리들. 그들 중 누군가에게 내 경험이 마치 해답 인양 얘기했던 나의 모습'이 떠올라 몹시 부끄러웠다.


별자리점이 보고 싶다면, 카톡아이디 herohana84로 문의해 보시길!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