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영어를 좋아했다. 처음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 건 초등학생 때 엄마가 나를 원어민이 하는 영어 학원에 보냈을 때였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치면서 학교에서 배우는 영어만 했다. 대학 졸업할 때는 입사원서를 넣을 때 필요한 정도의 토익 점수를 받았다.
에어비앤비를 시작하고 외국인 게스트들을 만나면서 일상 영어는 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한글을 영어로 해석한 뒤에 영어를 입 밖으로 내뱉는 과정을 거치느라 생각한 말이 바로바로 튀어나오지 않고 자주 버퍼링이 걸렸다.
그러다가 호주에 사는 동생이 외국인과 결혼을 했다. 말레이시아에 사는 중국계 말레이시안으로 올케는 영어, 중국어, 말레이시아어 3개 국어를 했다. 말레이시아에서 결혼식을 하러 갔고, 올케의 식구들을 만났다. 몇 번의 식사 자리가 있었는데, 대부분 우리를 배려해 영어로 대화를 해 주었다. 하지만 대학 졸업 이후 영어를 너무 오래 놓고 있었는지 들리지 않는 내용이 꽤 있었다.
한국에 돌아온 뒤 얼마 안 되어 우연히 듀오링고라는 어플을 알게 됐다. 거의 전 세계의 언어를 모두 공부할 수 있는 앱이었다. 한국인은 영어를 공부할 때는 해석이 한국말로 나온다. 하지만 영어 말고 다른 언어를 공부할 때는 해석 등이 영어로 나온다. 어쨌든 학원비다 생각하고 앱을 1년 결제하고 매일매일 게임하듯이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다시 영어를 시작하고, 첫째 조카가 태어났다. 생후 100일 정도가 되었을 때 엄마와 함께 조카를 보러 말레이시아로 갔다. 여전히 나는 올케와 그리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다. 올케는 조카를 보느라 바빴고 우리와 대화를 나눌 여유가 많지는 않았다.
몇 년 뒤 조카가 뛰어다닐 때쯤 동생 가족들이 한국으로 놀러 왔다. 여전히 나는 영어 말하기에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다.
'완벽한 영어를 말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
외국인 게스트들과는 오히려 자유롭게 대화를 주고받는데, 왜 가족인 올케와는 그런 대화가 잘 안 되는 걸까? 늘 한국말로 대화하는 동생이 옆에 있으니 마음의 부담이 더 큰 것 같았다.
'내가 영어를 엉터리로 해서 동생이 비웃음을 사지는 않을까?'
한 마디로 무언가 '창피한 상황'을 상상하고, 그런 상황을 만들기 싫어서 아예 입 밖으로 꺼내는 것조차 시도하지 않는 것이다. 동생 가족들과 아는 선배를 만나러 갔을 때였다. 유학파인 선배는 영어를 원어민처럼 했다. 선배, 동생 그리고 올케와 한 자리에 앉았다. 선배는 올케가 알아들을 수 있게 영어로 대화를 해 주었다. 그러자 올케는 평소 우리랑 있을 때와 달리 많은 대화를 했다.
'아, 저렇게 말이 많은 사람이었구나.'
그때 생각했다. 동생 가족이 돌아간 뒤에 영어 말하기에 대한 부담감을 최대한 덜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이제 영어로 주로 말하게 될 조카와 나중에 이런저런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영어를 제대로 공부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한 가지 더. 마흔이 된 나에게 '영어'란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줄 하나의 열쇠라는 생각이 크게 들었다. 비즈니스 영어를 할 수 있는 정도까지는 만들어 놓으면 한국말과 영어 두 가지를 할 수 있는 사람에게 생기는 다양한 기회를 포착할 수 있겠구나 하고 말이다.
듀오링고를 하루도 빠짐없이 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리고 유튜브에서 영어와 관련한 채널을 구독하면서 내가 왜 영어를 말하기 힘든지 분석하기 시작했다. 영어 말하기에 있어 가장 큰 장벽이 되는 것은 틀리면 어쩌지 하는 마음과,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영어를 공부하는 많은 사람들이 '완벽한 문법을 구사'하려고 애를 쓴다. 그리고 그것이 틀릴까 봐 전전긍긍한다. 또한 완벽하지 않은 영어를 하는 내 모습을 사람들이 우습게 생각하지는 않을까? 하고 혼자 상상한다.
영어를 공부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영어라는 언어는 어디까지나 '의사소통의 도구'임을 잊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영어를 배우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언어에서 해석을 거쳐 영어'로 말을 하려 하기 때문에 생각한 것을 바로 영어로 말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다.
일상에서 '영어로 생각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눈앞에 보이는 상황들을 계속 영어로 묘사해 보는 것을 추천했다. 하루 15분 영어 쉐도잉도 매우 좋은 방법이며, 핸드폰을 아예 영어로 세팅해 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나는 핸드폰을 바로 영어로 세팅해 두었다. 너무 많은 것을 바꾸려 하지 말고 하나씩 내가 가능한 것부터 시도해 보기로 했다.
작년쯤이었다. 영어가 아닌 다른 나라 언어도 공부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탈리아에 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고, 언젠가 이탈리아 여행을 할 거니까 '이탈리아어'를 공부하기로 했다. 올케와 조카가 중국어를 하니까 말하진 못해도 두 사람이 하는 대화를 조금은 알아듣기 위해 '중국어'도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로 일본어를 해서 여전히 그때 외운 일본어 단어들이 내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왠지 그대로 썩히기 아까우니 일본어도 시작했다. 여행업을 하는 지인을 만나 이탈리아어를 시작했다고 하니, 이탈리아어보다는 스페인어를 공부해 두면 더 활용할 기획가 많다고 했다. 그래서 스페인어도 같이 시작했다.
이렇게 각각의 이유로 하나씩 하나씩 추가하다 보니 영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중국어 그리고 일본어까지 5개 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놓치지 않고 매일 꾸준히 하려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오십대가 되는 10년 뒤의 나에게 다른 세상과 다양한 기회를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