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명상, 글쓰기 그리고 공부방 이야기

by 라프

# 새벽 명상

새벽 4시 40분. 평소보다 일찍 눈이 떠졌다. 거실로 나가 1인용 소파에 앉았다. 이마에 붙여서 나의 뇌파를 측정하는 명상밴드를 머리띠처럼 끼고 15분간 명상을 한다. 눈을 감고 귀 뒤와 이마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명상밴드가 측정 준비를 끝내면 '띵'하는 소리와 함께 명상을 시작하게 된다.


"You don't need to do anything."


오늘도 빗소리를 들으며 명상을 시작했다. 눈을 감고 온 몸은 소파에 한 번 더 맡겨 본다. 15분 내내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들이쉬고, 내 쉬는 나의 호흡을 그저 바라보는 것이다. 눈 앞에 펼쳐진 바다를, 타오르는 장작을,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듯이 아무 생각없이, 어떤 판단 없이 그저 나의 호흡을 바라보기만 하면 그만이다. 단, 이때 초보자가 명상을 할 때 호흡을 바라보면 '호흡에 집중한 나머지 인위적인 호흡'이 될 수 있고 오히려 명상을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15분간 귓속으로 파고드는 빗소리를 들으며 호흡을 바라보았다. 중간중간 무언가 생각하려는 게 자각되면 다시 귀에 들리는 빗소리로 돌아온다. 호흡을 그냥 바라보기 힘들다면 두 손을 아랫배나 양쪽 옆구리에 올려 놓고 손이 닿아있는 곳의 움직임을 잘 관찰할 때도 있다. 관찰하는 가운데 모든 감각을 열어둔다. 열어두면 손가락 끝, 허리, 목과 어깨, 입술 등에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면 다시 그곳에 힘을 풀고 호흡을 바라본다.


눈을 감고 그저 호흡을 잘 바라보는 마음에 초점을 둔다. 그렇게 초점을 두고 있어도 이 마음이란 놈은 계속 탱탱볼처럼 이리저리 튀어나갈 준비를 한다. 그렇게 튀어나가지 않도록 잘 붙잡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쉽지는 않지만 말이다. 이렇게 이리 저리 흔들리려는 마음의 초점을 계속 한 곳에 두는 연습을 하다 보면 처음에 정했던 15분이란 시간이 금새 지나가 버린다.


# 글쓰기

명상이 끝나고 바로 노트북을 펼쳐 들었다.


'오늘은 또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나...'


어찌되었든 글쓰기를 시작했다. 노트북 키보드 위에 손가락을 올려 두면, 조금 전의 걱정이 무색할 만큼 자동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직 마음 속 깊은 곳에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 지금보다 약간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 해결해야 하는 마음의 숙제들 등에 대해서 말이다.


가끔은 오늘처럼 일상의 한 부분을 조금 더 자세히 작성해 보려고 한다. 예전에 구본형 선생님의 제자로 1년간 책읽기와 글쓰기를 할 때 사부님이 내 글에 이런 댓글을 남기셨다.


"길게 써라. 길~~~~~~~~~~~~~게~~~~~~~~~~~~~~~~~~~~"


사실 이 댓글을 처음 봤을 때는 '왜 길게 쓰라고 하신걸까?'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매일 있었던 일들을 시시콜콜하지만 매우 자세하게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가 쓴 글을 읽기만 해도 그 장면이 머릿 속에 자연스럽게 그려질 정도로 하루에 있었던 장면 하나 하나를 그림으로 그리듯이 말로 그려내기 시작한 것이다.


선생님이 이 말씀을 하신 이후 한 동안 쓴 글들을 보면 지금도 약간의 뭐랄까. 생동감이 느껴진다. 그때부터 '뭘쓰지?'하는 고민도 사라졌던 것 같다. 오히려 하루에 있었던 어느 일부분만 쓰기에도 시간이 너무 부족하게 느껴진다. 다시 한번 사부님의 말씀처럼 글을 길~~~게 써 봐야겠다.


#공부방 이야기

영어 공부방이다 보니 아이들에게 '영어는 재미있는 것'이란 것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과 '그래도 공부방에 왔으니 한 번 배운 건 머리에 제대로 남겨보자'는 마음이 교차한다. 지금 내가 아이들의 영어를 코칭하는 것은 회사 내 영어공부방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계시는 다른 선생님께 배운 방식이다.


내 공부방을 오픈하기 전에 참관하러 선생님 영어공부방에 갔는데, 들어서자마자 선생님 책상이 보였고, 옆으로 선생님을 향해 세 줄의 개인 책상이 높여 있었다.(매 수업 시간 정원이 최대 9명이다) 수업 중간에 들어갔기 때문에 아이들이 각자 공부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중간 중간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책을 가지고 왔다. 그리고 본인이 공부한 부분에 대해 점검을 받았다. 선생님이 책을 읽게 하거나 단어를 물어보면 대답하는 식이었다. 선생님에게 점검을 받고 통과하면 다음 진도로 나가고, 통과하지 못하면 해당 내용에 해당하는 영상이나 음원을 다시 듣고 따라해야 한다. 문장이나 단어가 있는 부분이라면 해당 부분을 막힘 없이 스스로 읽을 수 있을 때까지 말이다.


50분 수업이 끝나고, 다음 시간이 되었다. 이전 시간보다 고학년 아이들의 수업인 것 같았다. 아이들은 도착하자마자 단어 숙제를 선생님에게 제출했고, 오늘 공부해야 할 단어를 외우기 시작한다. 단어를 전부 외운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간다. 그리고 외운 단어를 점검 받는다. 모두 맞으면 패쓰하고 오늘 해야 할 공부를 시작한다. 선생님은 수업해 주시는 틈틈이 내게 영어 수업 코칭 노하우를 알려 주셨다. 선생님을 수업을 몇 시간 보면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정해진 루틴대로 아이들 스스로 공부를 하는 것, 그리고 선생님에게 점검받고 이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내것으로 체화시켜가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는 점'이었다.


나도 선생님처럼 이런 수업을 하고 싶다고 느꼈다. 그래서 지난 3월에 시작해 우리 공부방 아이들에게도 하나씩 적용시켜 나가고 있다. 하지만 뜻대로 잘 안될 때도 있어서 여러 가지 방법들을 시도해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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