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방 컴퓨터에 게임을 깔았다는 사실을 알게된 후, 내 마음에는 아이들을 향한 '의심의 씨앗'이 심겨져 버렸다.
평소에 다른 아이들보다 '느리기 때문'에 같은 분량의 진도가 나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걸 아는데도 '공부가 하기 싫은 건가?'라고 생각하게 되고, 이전처럼 각 아이들의 책을 꽂아두는 책꽂이로 가리고 있으면 '뭔가 딴짓을 하려고 가리고 있는 건가?' 생각했다.
컴퓨터실에 들어가서도 목소리가 작아서 소리가 잘 안 들리는 아이인데도 오랜 시간 나오지 않고 있으면 의심이 가득한 마음을 담아 크게 이름을 부르며 말했다.
"ㅇㅇ아 뭐 하니?"
계속해서 감시하듯이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 마음 가득 의심과 불신을 채워서 아이들을 대할 때는 아이들도 그 마음을 느낀다. 그리고 왠지 반항하는 마음을 가진다.
'어차피 열심히 해도 선생님은 날 믿지 않을 텐데 뭘.'
그리고 아이들의 행동은 약간 자포자기하듯이 정말 내가 의심하는 방향으로 가 버린다. 그런데 얼마 전 '칭찬해 주세요'라는 말을 들은 이후부터 마음을 바꿔먹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들을 믿어주자.'
의심을 크게 했던 한 아이가 다소 어려운 내용의 챕터를 시작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영어 단어, 영어 문장을 반복적으로 쓰는 걸 힘들어했다. 힘든 만큼 진도도 더디게 나갔다. 모르는 단어도 많았기 때문에 하나하나 찾는데도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여러 명이 수업을 할 때는 아이들이 돌아가며 와 점검을 받기 때문에 내가 다른 일을 볼 시간이 없다. 하지만 최근 한 명만을 두고 수업을 할 때가 있었다. 그때는 아이가 스스로 공부를 하는 동안 나는 해야 하는 다른 일을 봤다. 그전에는 계속 아이를 감시하느라 다른 일을 안 했지만, 이제 아예 아이를 믿고 스스로 하도록 내버려 두고 있다. 그리고 아이가 내게 도움을 청하거나 점검을 받으러 올 때를 제외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나도 내 일을 한다.
가끔 아이를 볼 때는 '내가 뭘 도와줘야 하나?'라는 생각으로 관찰하고 물어본다.
'왜 무슨 일이야? 선생님이 도와줘?'
이렇게 믿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하니 아이들 역시 그 마음을 따라 움직였다. 시간이 걸리고 힘들지만, 1시간 내에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공부를 하고 갔다.
나는 반려견을 키우지 않지만, 반려견을 키우는 집의 들어보면 반려견에게 밥을 주고, 산책을 시켜주고 가장 많은 애정과 관심을 보이는 가족 구성원을 반려견이 가장 많이 따른다는 얘기를 들었다.
동물들도 이렇듯 자신에게 마음을 쏟아주는 이가 누군지 잘 알아차리는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공부방을 하는 동안 이 한 가지 마음의 원칙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지켜나가야 할 것 같다.
'무조건 아이들을 믿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