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시간인 4학년 수업 중에 한 아이가 갑자기 내게 외쳤다.
"선생님! 저도 칭찬해 주세요!!"
처음 공부방을 시작할 때는 아이들이 마냥 예뻐만 보였다. 제주도 시골 마을이라 그런지 순수한 마음이 느껴졌다. 그런데 컴퓨터에 게임을 깔아 놓은 사건, 아이들이 수업 시간에 노트에 단어를 쓰거나 문장 쓰기를 시키면 '이거 꼭 해야 돼요? (3번 쓰라고 시키면) 1번만 쓰면 안돼요?'라고 물어보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결정적으로 시키는 일을 내 눈치를 봐 가면서 자기 마음대로 하는 등 나를 속이는 일들이 발생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면서 내 마음속에는 아이들에 대한 '불신'의 마음이 조금씩 자라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한 편으로는 이런 마음도 들었다.
'내가 아이들에게 너무 만만하게 보였나? 아기들도 생떼 부리면 부모님이 다 받아주는 걸 아니까 그렇게 한다잖아.'
특히 수업 시간에 장난을 치거나, 말을 잘 안 듣거나, 시킨 대로 하지 않으려고 저항하는 몇몇 아이들에 대해서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신뢰보다는 의심하고 혼낼 명분을 찾는 마음'이 앞서고 있었다.
수업 중에 갑자기 '본인도 칭찬해 주면 안 되냐'라고 물어봤던 녀석도 그중 한 명이었다. 수업 시간에 힘들다며 짜증을 가장 많이 내는 아이이다. 그런데 칭찬을 받고 싶어 하는 아이의 말 한마디에 그동안 아이들에 대해 화나고 못마땅하게 보았던 마음이 눈 녹듯 스르르 사라졌다.
'그래,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니, 아이들이 나를 속여도 내가 모르고 넘어갔거나, 숙제를 내고도 확인을 하지 않아서 숙제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하게 만들거나, 수업 시간에 떠들어도 크게 혼내지 않고 넘어간 선생님인 내가 잘못한 거지'
아이의 한 마디 덕분에 나 역시 아이들을 향해 '투사'하고 있던 불편한 감정들을 인지할 수 있었고 그 마음들을 비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았다. 저마다 가진 성향 안에서 고군분투하며 각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공부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수업 시간에 한 번 이상, 내게 점검받으러 올 때마다 잘 한 점은 칭찬을 해줘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우와~ 이걸 해냈네! 정말 잘했어! Good Job, Perfect!"
아이들이 각자 해낸 내용들을 체크해 줄 때마다 감탄과 칭찬을 잊지 않았다. 한 주의 과정이 끝나면 아이들이 내게 영어원서를 읽어줄 때도 조금 더 느긋하게 기다리는 마음이 생겼다. 이렇게 매번 칭찬을 해 주다 보니 아이들은 자신감과 자존감도 조금씩 높아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내 눈에 아이들이 다시 사랑스럽게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키우는 것은 8할 이상이 아이에 대한 '믿음'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했다.
"모든 아이들에게는 천재가 숨어있다."
나도 아인슈타인의 이 말을, 또 우리 공부방 아이들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믿어보기로 했다. 아니 믿는 이 마음을 끝까지 잘 지켜내는 것이 정말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흔들리지 말고 말이다. 각각의 아이들에 대해 무조건적인 믿음을 가지는 사람이 세상에 단 한 사람뿐이라면 그 사람이 내가 되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수업 중에 잘못된 발언, 행동 등을 하는 아이들에게는 그때그때 아이들이 정확하게 알아듣고 스스로 인지할 수 있도록 주의를 주기로 했다. 이것 역시 아이들을 위한 길일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