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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캬닥이 Aug 31. 2019

삼체 3부의 호와 불호-1

불호-삼체 3부가 1,2부에 비해 아쉬운 점

본 글은 삼체 전 시리즈를 다 읽은 독자를 가정하고 쓴 서평입니다. 삼체 시리즈의 가장 큰 재미는 두드러진 발상과 반전입니다. 아직 책을 읽지 않은 분들은 앞서 쓴 <삼체를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 스포 없이 영업하기>를 읽고 즐거운 우주병에 빠져보세요!

제목 사진 출처: https://www.nasa.gov/image-feature/goddard/2019/hubble-captures-dynamic-dying-star







독자는 목이 빠져라 삼체 3부를 기다렸다. 번역자가 도망갔다는 소문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도리어 얼마나 내용이 넓고 깊을지 기대만 커졌다. 마침내 <사신의 영생>이 나왔다. 펼치기 전까지는 모두가 한결같이 열광했지만, 읽고 나서는 호와 불호로 갈라지더라. 인류가 멸망하고 우주가 터지는 결말 때문만은 아닐 터이다.


삼체 3부 1부만큼 완벽한 이야기는 아니다. 가장 아쉬운 점은 작가의 성 고정관념이. 1부보다 심해졌고 2부보다 악질적이다. 삼체 1부에서 예원제는 문화 대혁명을 겪고 바닥까지 떨어졌으나 홍안 프로젝트 내에서 서서히 일어나 자기 의지로 인류의 미래를 결정했다. 수동적인 천재 웨이청과 행동하는 종교인 선위페이도 성별을 떠나 다채로웠다. 삼체 2부 <암흑의 숲>에는 UN 사무총장 세이와 세 번째 파벽자 말고는 행동하는 여성이 없어 섭섭했다. 그러더니 삼체 3부에 와서는 극단적인 남성 웨이드와 인류의 성모 청신이 주인공으로 나다. 위협의 시대 남성들이 '여성화' 되었다는 묘사에서는 성차별적인 면모마저 보였다. 삼체인의 공격에서 마음이 자유로웠던 자들은 하필 서기 시대의 '남성'이다. 동면에서 깨어난 서기 시대 여성은 청신 말고 없었나.


류츠신 세계의 주인공이란 똑똑하고 의지 강한 영웅이 나머지는 유약하고 이기적인 대중이다. 이 경향은 삼체 1부에서 3부로 갈수록 심해졌다. 3부에 와서 인류는 청신과 뤄지에게 의지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그런 주제에 영웅을 원망하고 고립시킨다. 1부에 나온 집단은 악할망정 단순하지는 않았다. 문화 대혁명과 홍안 기지에 대한 묘사는 현실감 있었다. ETO에 가입하고서도 번민하고 갈리는 모든 사람각자 사연이 있는 듯 보였다.


삼체 2부를 요약하면 개인이 사랑 때문에 세계를 구하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이 이야기에 뤄지만 주인공이지도 않다. 도피 펀드 사기에 당하는 노인, 백혈병에 걸린 스창, 잘못을 뉘우친 스창의 아들 같은 평범한 사람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장면도 많다. 나름대로 인류를 구하겠다 시도하고 실패하는 면벽자들과 이들을 끝까지 쫓아가는 파벽자, 셀프 면벽자이자 우주선 인류를 창시한 장베이하이도 훌륭한 영웅이다. 반면 삼체 3부는 그 두꺼운 분량에 비하면 똑똑한 주연도 적고 평범하게 무너지는 사람들도 나오지 않는다. 꼽자면 윈텐밍과 관이펑, AA정도인데 셋다 청신을 위한 들러리일 뿐이다.


과학과 기술에 대한 상상력은 여전히 경이롭다. 하지만 한 덩어리처럼 허둥지둥 움직이는 민중 시뮬레이션은 개연성이 낮다. 왜 위협의 시대 지구 인류는 뤄지에게도 돌린 검잡이 시뮬레이션을 청신에게는 돌리지 않았을까. 전송의 시대 인류는 또 어땠는가. 벙커만 잔뜩 짓더니 알지 못했던 공격에 속절없이 당한다. <시간 밖의 과거>는 이 사건을 인류의 오만이라 평한다. 실제였다면 수억 명의 인류가 한결같이 오만하지는 않았으리라.  블루 스페이스 호와 그래비티 호는 4차원에서 3차원이 되는 공격을 받아 무너지는 문명을 발견한다. 책을 다시 읽을 때나 보이는 중요한 복선이다. 하지만 이야기 속에서 우주선 인류는 지구와 정보를 교류하고 있었고 사건 이후 지구로 돌아간 사람들도 있었다. 흐름 가는 대로 읽는 독자들이야 그렇다 쳐도, 목성 근처에 벙커를 지을 기술과 지성이 있는 인류가 그 정보를 가지고서도 차원 공격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삼체 시리즈는 속편이 나올수록 거칠어졌다. 그러나 작가가 세부 사항에 신경을 덜 쓰는 만큼 던지는 메시지가 커졌다. 삼체 3부도 1부만큼 아한다. <사신의 영생>에는 1부에는 없던 안타까운 순간이 있었다. 마지막 결말을 보고서도 끊임없이 생각이 맴돌았다. 속수무책으로 끝난 1부, 마냥 행복하게 끝난 2부와는 달랐다.


삼체 3부를 관통하는 주제는 '전체주의'다. 다음 글에서는 삼체 3부에 갖는 호(好), <사신의 영생>이 서기 시대의 독자에게 던지는 이야깃거리인 전체주의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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