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를 찾는 여정. 조진호 <아톰 익스프레스>
지식은 어디까지 알아야 할까? 어느 분야이든 기준은 없다. 살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지식이란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무언가를 알고 싶고, 머리를 굴리려는 욕구가 있다. 지식을 습득하는 방법은 많다. 유튜브에서 시작해 교양서를 읽는다. 마음이 닿으면 원서나 논문까지도 참조할 수 있다. 하지만 흥미로 시작한 지식 탐사는 어느 선에서 발목이 잡힌다. 정보는 흥미를 넘고 문제는 점차 어려워진다. '내가 이 이상을 알 필요가 있는가'라며 자조한다. 지식은 스스로가 어렵다고 느끼는 선에서 멈춘다.
지식의 선을 넓히기 위해서는 접근하기 쉬워야 한다. 같은 내용이라도 강연으로 습득한 지식과 책으로 습득하는 지식은 난이도가 다르다. 조진호 작가의 ‘아톰 익스프레스’는 만화라는 장르를 이용해 과학적 사실을 쉽게 전달한다. 원자가 존재하는지 증명하려는 수많은 과학자의 연구 여정이 시대와 분야를 넘나들며 이어진다.
‘아톰 익스프레스’가 그리는 알맹이는 쉽지 않다. 그리스의 철학으로 시작할 때만 해도 휙휙 넘어가던 손가락이 라부아지에의 실험에서부터 멈춘다. 열역학 챕터까지 가면 그림을 짚어가며 이해해야 할 정도이다. 만화는 어려운 내용이라도 한 컷 한 컷 씩 시각화해 독자가 따라오도록 안내한다. 지식이란 깊이 내려갈수록 재미있다. 새로운 발상의 실마리를 찾기에도 구체적으로 알수록 좋다. '열역학에 볼츠만이라는 과학자가 기여했다'는 지식과 ‘볼츠만이 엔트로피를 확률로 정의했다’는 지식은 깊이가 다르다. 과학 교양서가 수식 전개 없이 후자를 다루기는 어렵다. ‘아톰 익스프레스’는 어려운 과정을 뒷심 있게 해낸다.
사람들이 갖는 동기를 유지하며 깊은 지식을 전해야 한다. 아톰 익스프레스에는 이야기라는 동기가 있다. 저자의 그림과 스토리텔링 없이는 끝까지 읽지 못할 이야기였다. 과학자들의 원자 여정을 좇으며 진리를 향한 집념, 그 집념을 세상에 구현하는 과정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