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캬닥이 Dec 12. 2019

크로스핏터의 링피트 체험기

링피트는 운동쟁이에게도 운동이 될까

어느 날 연구실 동기가 요가매트를 추천해달라고 했다. 링피트를 시작했다고 했다. 제자리 뛸 때가 많은데 방 안에서 뛰다 보니 층간 소음도 걱정되고 발목 관절도 아프단다. 용도에 따른 요가매트 재질을 설명해주었다. 요가매트에서 마운틴 클라이머를 하다가 찢어져 버린 경험도 덧붙였다. 그러고 나니 주변에 링피트 한다는 사람들이 보였다. 스위치가 있던 친구들은 열이면 열 링피트를 샀다. 온라인 친구들은 플레이 동영상을 올리거나 레벨이 높은 캐릭터를 캡처해서 자랑했다.


스위치는 부러운 적 없었으나 링피트는 해보고 싶었다. 링피트는 운동하는 자아와 덕질하는 자아의 교집합에 있었다. 어떤 스토리텔링으로 운동 동기를 유지할 지나 자체의 운동량은 얼마나 될지도 궁금했다. 온라인에는 링피트로 저질 체력을 회생했다는 주접 가득한 찬사가 많았다. 막상 이전부터 운동을 하던 사람들의 후기는 적었다. 평소 테니스를 치던 친구가 링피트를 해보았대서 어땠는지 물어봤다. 기대한 바에 비해서는 운동량이 모자랐다고 했다. 대답을 듣고서도 내 몸으로 링피트를 해보고 싶었다. 각자의 운동 만족감은 다르지 않은가. 우연한 기회에 링피트를 했다. TRPG를 하기 위해 간 '공간 아무'에 링피트 기기가 있었다. 공간 아무 주인분의 호의로 링피트과 모험을 갔다 왔다.


스위치의 한쪽 장치는 필라테스 링에 장착하고 두 손에 든다. 다른 장치는 허벅지에 밴드로 고정한다. 중력 센서와 필라테스 링의 탄성을 통해 동작을 측정한다. 버튼 대신 몸뚱이로 조작하는 점을 빼면 게임은 20세기 RPG 게임을 닮았다. 필드에서는 일방향으로 달려가지만 이따금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다. 전투는 턴제다. 내 턴에서 공격(운동)할 때 몬스터가 끼어드는 경우가 없다 (몬스터의 턴에서는 방어 동작을 하면 대미지가 줄어든다). 레벨이 오르면서 가능한 동작이 해금된다. 여타 게임과 다른 점이라면 캐릭터의 스테이터스 외의 변수로 '플레이어의 체력'이 존재한다. 턴제 RPG의 전략 요소로 '한 번 한 공격 동작을 연달아 할 수 없도록' 했다. 그래도 플레이어 본인의 피지컬이 좋다면 전략이 낄 여지는 없다. 대신 기본 설정에서 운동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 물리적으로 중량을 올릴 수 없기에 동작 횟수나 동작 유지 시간으로 부하를 보정한다.


오픈 필드는 아니다. 실시간 전투도 아니고.


운동을 하던 사람에게도 링피트는 훌륭한 운동 도구다. 특히 운동량이 모자라지만 새 운동을 시작하기에 부담스러울 때 좋다. 운동을 처음 하는 사람이든 오래 한 사람이든 운동 장벽은 있다. 나와 반려는 매주 세 번씩 아침 6시 반에 일어나 운동을 하러 간다. 그런 우리도 집에서 하는 30일 플랭크 계획은 이틀 만에 날아갔다. 맨손운동법이 아무리 많아도 헬스장은 항상 성황인 이유도 꼭 머신 운동이 필요해서는 아닐 것이다. 링피트는 홈트레이닝 장벽을 낮춘다. 링피트는 게임이라 장벽이 낮다. 21세기 인간에게 레벨을 올리고 몬스터를 잡는 일은 의지력이 하나도 필요 없는 행동이다.


운동 피드백을 받고 싶지만 코칭받을 여유가 모자랄 때도 좋은 선택이다. 아무리 거울을 보고 운동해도 잡지 못할 실수를 센서가 잡아주기 때문이다. 나는 허벅지를 든다고 들었는데 잡히지 않는 경우도 몇 번 있었다. 어떤 동작은 자세가 나쁘면 안함직만 못하다. 운동 경험이 있는 사람일수록 기본 근육이 있고 알고 있는 운동 동작도 많다. 링피트가 감지하지 못하는 나쁜 동작을 할 가능성도 적으니 어떤 면에서는 링피트로 몸을 다치는(?) 운동 입문자보다 이득이다.


누군가 내게 링피트를 구매할지 몯는다면? 스위치가 있었다면 링피트를 샀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스위치는 전혀 갖고 싶지 않다. 링피트 하나를 위해 스위치를 살 마음은 들지 않는다. 모쪼록 스위치가 있는 운동쟁이들은 참고하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