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히기는 어려워도 알고 나면 쉽다
뇌과학 책을 읽고서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다? 해부학 용어를 모르기 때문이다. 뇌과학 책은 새로운 세계를 소개하는 여행 가이드북과 비슷하다. 해부학을 모르고 뇌과학을 알려는 것은 지도 없이 여행 안내서를 보는 것과 같다. “이 나라의 여기 지방은 이러이러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같은 이야기를 지도 없이 보는 것이다. 재미도 기대도 사라진다.
뇌를 공부하거나 뇌과학 책을 읽을 때 알아두면 편한 해부학 용어를 소개한다. 간단한 해부학 개념만 알아도 뇌를 이해하기 편하다. 낯선 용어는 마주칠 때는 어렵지만 반복해서 볼수록 친숙해진다. 해부학 용어를 알고 뇌과학 개념을 익히면 공부할 때마다 해부학을 복습하는 셈이다.
제일 먼저 알아야 할 개념은 방위이다. 동서남북 대신 새로운 말이 나온다. 사람은 3차원의 세계에 있기에, 해부학 방위도 세 축이다. 앞(anterior)/뒤(posterior), 바깥(lateral)/안(medial), 등(dorsal)/배(ventral)이다. 앞뒤는 우리가 생각하는 이마와 뒤통수의 축이다. 좌우가 아니라 안팎으로 축을 만든 이유는 몸이 대칭이기 때문이다. 왼손·오른손 구별보다는 바깥에 달린 손과 안에 달린 어깨의 구별이 더 중요하다.
등과 배는 우리 몸에 있는 넙적한 등과 볼록 나온 배가 맞다. 사람 뇌에서는 등/배 축이 가장 헷갈린다. 배 쪽에 이마가 있고 등 쪽에 뒤통수가 있는데 이미 앞/뒤 축이 있지 않은가. 해부학 용어가 동물에서 먼저 정해졌기 때문이다. 강아지를 생각해보자. 배는 아래에 있고 등은 위쪽이다. 사람은 직립보행을 하며 머리 방향이 바뀌었다. 뇌의 위치를 일컬을 때는 등 쪽은 위이고 배 쪽은 아래이다.
뇌, 그중에서도 바깥에 보이는 대뇌 피질은 크게 엽(lobe)으로 나뉜다. 대한민국을 팔도로 나눈 것과 비슷하다. 전두엽/측두엽/두정엽/후두엽이다. 익숙한 말은 역시 ‘전두엽’이다. 지난 세월 간질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전두엽 절제술(lobotomy)을 행했고, 요즘에도 온갖 자기 계발서나 교양서에서도 전두엽이 중요하다고들 떠든다. 당연하지만 뇌의 나머지 영역도 살아가는 데는 전두엽만큼 중요하다.
이제 거의 끝났다. 커다란 엽에 방향을 합치면 구체적인 지점을 일컬을 수 있다. ‘대구광역시’에 ‘북구’를 합쳐 대한민국 어느 땅을 가리키는 일과 같다. 등외측 전전두 피질(dorsolateral prefrontal cotex)은 뇌 가장 앞에 있는 전두엽에서도 바깥/위쪽 부분이다. 고등 인지를 담당한다고 알려진 부분이다. 기억은 내측두엽(medial temporal lobe)에서 담당한다고들 한다. 흔히 보는 뇌 그림에서는 보기 힘들다. 이름처럼 뇌 안쪽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주 보이는 해마(hippocampus)나 편도체(amygdala)는 어디 있을까? 이들은 피질에 속하지 않아서 이름만으로는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다. 둘 다 내측두엽 안쪽에서 피질에 감싼 채로 있다. 피질 안쪽에 있는 부위를 통틀어 ‘변연계(limbic system)’라고 부른다. 어디까지가 변연계이고 어디는 아닌지 기준은 모호하다. 변연계에 대해 알려진 지식이 많은 이유는 이 부분의 연구가 피질보다 많이 되었기 때문이다. 설치류 실험동물이 상대적으로 피질보다 변연계가 더 발달한 까닭도 있다.
마지막 그림 인용: Flores Á1 et al., Mol Psychiatry. 2018 Nov;23(11):2122-2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