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다운 글을 쓰지 않은지도 반 년은 넘은 것 같다. 그 동안 글을 쓰기에는 현실이 힘들어 마음에 여유가 사라졌다. 힘든 생활을 잊기 위해 게임에 파묻혔고, 그러다가 어느 게임에 ‘치여서’ 푹 빠져버렸다 (잔뜩 그린 2차창작 만화는 브런치에 올리기에는 성격이 맞지 않아 옛날 티스토리 블로그에 모아두었다). 모든 이야기에는 끝이 있다. 덕질의 끝에는 현실 자각 타임이 온다. 다행히 힘들던 현실은 180도 뒤집어졌다. 슬슬 삶으로 돌아올 때도 되었다.
‘내 삶’이란 무엇인가. 과거의 나에 대한 미화된 기억이자, 앞으로 살고샆다고 바라는 모습이다. 꾸준히 스스로의 생각을 표현하고, 끊임없이 새롭게 배울 것을 추구하며, 그리하여 나날이 섬세해지는 삶이다. 지금의 나라고 다를 것도 없다. ‘나의 삶’이란 비트겐슈타인의 가족 유사성 같은 정의다. 살면서 생각한 만큼 충실하게 살았던 적은 한 번도 없던 것 같다.
그럼에도 내 삶을 추구하기 위해 이제라도 새해 다짐을 글로 옮긴다. 다를 것 없다. 경지에 이르고 싶다기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하며 살고 싶다.
새해에는 좀 더 긴 글을 쓰고, 더 많은 주제를 읽고 싶다. 덕질은 재밌지만 다른 컨텐츠에도 노력을 투자해야겠다. 영어를 더 잘 하고 싶다. 실용적인 목적보다는 ‘내 삶’을 위해, 더 많은 글을 잘 읽고 싶기 때문이다. 항상 생각만 했던 르 귄 작품을 이제는 읽어야 겠다. 올 해는 적어도 두 권, <테하누>와 <세상을 부르는 말은 숲>은 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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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는 갱지 페이퍼백으로 읽어야 제맛이다.
사람을 더 잘 그리면 좋겠다. (그림은 덕질할 때 아니면 그리지 않지만, 언제 또 다른 컨텐츠에 빠질지 알 수 없으니 미리 실력을 쌓아두어야 한다(?)) <김락희의 인체 드로잉>을 샀다. 눈으로 훑기만 하면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대충이라도 그려보면 감이 잡힌다. 내가 지향하는 바는 이단 옆차기를 로우앵글에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사람같이 그리는 것이니, 3장 인체 해부학까지 이해하는 것이 목표다. 40페이지 남짓 본 시점에서 벌써 사람 그리기가 더 쉬워졌으니 바라는 대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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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 해도 실력이 느는 기적같은 책인데 유튜브 강의까지 많다.
마지막으로, 하루에 여덟 시간 있는 직장에서의 일을 잘 하고 싶다. 이곳의 일은 대학원생 시절 했던 자치회 일과 비슷하다.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무엇을 하면 좋을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누구도 모르기 때문이다. 노력하지 않는다면 매해 같은 일을 반복하며 사람 만나는 데 스트레스만 생기겠지만, 무언가를 하려고 시도한다면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나 스스로도 나만의 길을 갈 수 있을 것이다. 앞서 말한 ‘긴 글 쓰기’의 일환으로 직장에서 하는 일을 공개 가능한 선에서 써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