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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름 May 09. 2019

배운 적 없이 글을 씁니다

평생 사진 찍고 글 쓰는 일을 하며 살고 싶습니다.

저는 다양한 이유로 글을 씁니다. 


일단 생각이 많아지면 글을 씁니다. 여러 가지 선택사항이 앞에 놓였을 때에도 글을 씁니다. 여행지의 감동을 나누기 위해 씁니다. 과거의 일을 갈무리하고 싶을 때 씁니다. 갑자기 영감이 떠오를 때 잊지 않으려고 씁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전하지 못할 때 씁니다. 책을 읽고 감상을 남길 때 씁니다. 회사의 서비스를 어필하기 위해 씁니다. 내 마음을 알리거나 전할 때 씁니다.


배운 적 없이 쓰는 글이라 남들 앞에 내어 놓는 것이 여간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만 순간은 그때뿐이기에 잊지 않으려고 기록합니다. 어쩔 땐 아주 솔직하고, 어쩔 땐 약간의 픽션도 가미합니다. 글을 쓰는 자아는 평소 사람들 속에서 생활하는 나의 자아와는 다른 것 같습니다. 글을 쓰는 자아가 조금 더 단단하고 정돈된 모습입니다. 아마 한 마디를 내뱉는 자아보다 한 문장을 쓰는 자아가 긴 시간 동안 깊은 생각을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는 글을 한 번 써두면 잘 읽어보지 않습니다. 작성한 당시에 다양한 방법으로 여러 번 퇴고를 거친 후에는 내 글을 내가 다시 읽는 것이 왠지 겸연쩍어 잘 읽어보지 않습니다. 그러다 그 내용을 잊을 때쯤 다시 열어봅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호다닥 창을 꺼버리고 맙니다.


그런데 가끔 제 글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대부분 멋지다고 칭찬을 해주시거나 어쩜 글을 이렇게 잘 쓰느냐고 감탄도 해줍니다. 긴 여행을 떠나려고 했을 때에는 노트와 펜, 다이어리 등을 선물해주며 좋은 글을 많이 써달라는 부탁도 받았습니다. 그리고 정말 드물게 다른 매체에 싣고 싶다며 기고를 요청받기도 합니다. 이렇게 과분한 사랑을 받을 때 저는 어깨가 으쓱 목이 빳빳해집니다. 그리고 기대에 부응하고자 다음 글을 쓰고 싶어 집니다. 아무래도 채찍보다는 당근이 잘 먹히는 타입인가 봅니다.


언젠가는 아무렇게나 흩어져있는 글들을 모아 '글 모음'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글에 어울리는 사진도 적절히 섞어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지난 글을 쓰던 나를 민망히 여기는 마음은 눈 감으라 하고 일관성이라고는 작성자뿐인 모음집을 내보고 싶습니다. 누가 좋아할까 싶지만 나 아닌 다른 사람 한 명이라도 읽고 공감해주면 꽤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입니다.


처음에는 여가시간을 보낼 요량으로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느새 삶의 목표 중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씨앗을 심고 시간을 들이면 언젠가는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배운 적 없어도 저는 평생 글 쓰고 사진 찍는 일을 하며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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