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나의 속도에 맞춰 인생을 걸어가는 법을 배웠다.
그런데 한국으로 돌아온 지 딱 두 달 만에 나는 다시 종종거리고 있었다.
마침 기업들의 채용 시즌이었고 내가 일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아는 지인들이
나를 생각하는 마음에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채용정보를 공유해주었다.
그들이 진심으로 나를 생각한다는 것을 알기에 참으로 고마웠다.
나는 공고를 자세히 보기 위해 취업포털 어플을 깔고
내가 원하는 직무와 경력 등을 입력하며 맞춤 채용 정보를 받아보기로 했다.
등록하는 김에 이력서도 공개해두기로 했다.
첫 회사를 관두고 나서 부터는 줄곧 이런 방식으로 취업 준비를 해왔으니까.
회사를 다니지 않을 때의 나에겐 너무 당연한 일상이었다.
그런데 그 당연한 일상이 다시 나를 불안하게 했다.
수시로 뜨는 채용공고를 보면서 지원을 할까 말까 고민하는 내 모습과
회사에 들어갔을 때의 나를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좀먹어갔다.
여행지에서 바라고 생각해왔던 전시나 출판을 마치고 취업하겠다는 다짐과는 달리
혹시라도 좋은 회사를 놓치면 어쩌지, 더 많은 임금을 받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의 연속이었다.
아마 이 감각이 되살아 나 버린 건
지난 여행이 그립다고 생각들 때부터였던 것 같다.
여전히 한국은 나를 불안하게 하지만
다행히도 내가 이쯤에서 깨달았으니 나의 속도에 맞춰 걸어가보자고 다짐해본다.
아마 난 앞으로도 수많은 현실에 흔들릴 것이다.
어쩌면 그들이 가자는 대로 달려갈 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디 언제라도 다시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주어지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