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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름 May 22. 2019

어떻게 살고 싶어요?

I DO WHAT I WANT

저는 여름씨를 잘 모르지만
여름씨는 대체로 본인이 하고 싶은 걸 하며 살아온 것 같아요.
어때요? 맞나요?


라는 물음에 마음은 당장이라도 "네, 당연하죠! 어떻게 아셨어요?"하고 외치고 싶었지만 현실은 머릿속에서 질문을 한참 동안이나 데굴데굴 굴린 뒤에 "아하하.. 네.. 아마도요. 네.. 대체로 그렇게 살아온 것 같네요. 하하"하고 겸연쩍은 듯 대답했다. 


맞다. 나는 자의지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다. 아마 그런 특성이 나를 분명하게 비추기 때문에 타인 또한 짐작하여 물어본 것일 거다. 애석하게도 내가 가진 이 모습은 장점과 단점이 아주 극명하게 드러난다. 


먼저 장점은 내가 어떤 일을 하고자 마음 먹으면 그 일이 어떤 위험이나 고난을 수반하더라도 실행한다는 것이다. (쓰고 보니 장점이 맞나 싶다.) 그렇게 무작정 시작한 일은 문제 상황에 부딪히거나 어려움에 빠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에는 어떻게든 문제를 풀어나가거나 운 좋게 곤경에서 빠져나와 가던 길을 가기도 한다. 아마도 이런 경험이 반복됐기 때문에 험한 길도 내가 가고자 하면 가는 것이겠지. 


반대로 단점은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에 맞닥뜨렸을 때 누가 봐도 하기 싫은 애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애초에 나라는 사람 자체가 좋고 싫음이 분명하고 티가 나는 사람인데 거기에 무의지로 일을 하게 됐을 때는 말할 것도 없지 싶다. 이런 나의 특성 때문에 나는 자연스럽게 하고 싶은 일을 좇아가며 살아왔다. 


혹자는 나의 이력서를 보며 '중요한 시기에 공백 기간이 기네요.', '전공과 하는 일이 전혀 다른데 어떻게 된 일이죠?', '저희는 함께 오래 일 할 사람을 찾는데 이직이 잦네요.' 등의 질문같은 평가를 무례하게 늘어놓는다. 사실 나의 긴 공백기는 현실과 마주한 용기 있는 시간이었으며, 사진과 마케팅은 모두 잘하고 싶은 일이었기에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집중하여 달려왔다. 나의 잦은 취업과 퇴사 또한 나의 의미 있는 결정으로 다양한 경험을 겪어볼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이직과 퇴사 스토리는 누가에게라도 이야기보따리를 좔좔 풀어낼 수 있다. 


누군가 나의 변덕스럽고 빠른 태세 전환에 대해 비웃을 때 나는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구별하려 노력하며 그때그때 선택에 후회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여태 살아왔다. 누구나 20대 중후반을 지나올 때 커다란 혼란과 마주한다. 운 좋게 20대를 즐거이 놀기만 하며 지나온 사람들에게도 30대 어디 언저리쯤 그런 생각을 가끔 할 때가 있다고 한다. '지금 이렇게 살아도 괜찮을까', '지금 시간을 허투루 보내면 안 될 것 같은데', '내가 걸어가는 길이 맞는 길일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런 생각의 시작점은 일상의 작은 짜증에 있을지 모르나 그것은 이내 이따금씩 생각나는 근본적인 고민으로 자리 잡고 만다. 


그러나 어제와 같은 생활에 어제와 다른 내가 있을 수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생각을 포기해버리는 자는 그 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분명한 발전이 있다. 내가 그랬다. 정말 긴 시간 동안 내가 가는 이 길이 맞는지, 지금이라도 다른 길을 가야 하는지, 모두가 옳다고 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 건지 고민하며 확신이 없는 시간을 오래 보냈다. 물 위의 섬처럼 둥둥 떠있는 시간도 있었고, 수면 밑으로 가라앉은 듯 컴컴한 시간도 있었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이전까지는 중심을 바깥에 둔 채로 답을 찾느라 주위만 빙빙 돌았던 것 같다. 논점을 부수지 못하니 답을 찾을 수도 없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모든 것이 포기하고 싶어져서 내 안으로 파고 들었다. 손에 쥐고 있던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밖에 없었다. 남들이 긴 공백이라고 말하는 그 시간동안 나는 밖에 있던 중심을 내 안으로 옮겨왔다. 


내가 중심이 되니 어떤 결정도 할 수 있고 어떤 책임도 질 수 있다. 이제는 적어도 흔들리느라 자멸감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앞으로도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선택하면서 나는 나의 길을 가고 싶다. 어떤 길이든 신중하게 선택하며 선택한 일을 후회하지 않도록 만들어갈 것이다. 다음번에 누군가 나에게 "어떻게 살고 싶어요?" 하고 묻는다면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살고 싶어요! 여름나라에 살며 평생 글쓰고 사진찍는 삶이요!"하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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