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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락서 Jul 11. 2018

외모

[지나가는 이야기]#2

외모     


  “하루만이라도 이런 얼굴로 살아보면 어떨까?”

  여자친구랑 영화 포스터를 보던 중이었다. 극장에 널린 포스터 전면마다 잘생기고 예쁜 배우들의 얼굴이 가득했다. 딱히 열등감이라던 가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도 모르게 무의식중에 튀어나온 말이었다. 

  “무슨 소리야 갑자기?”

  고소한 맛과 달콤한 맛 팝콘 중 무엇을 먹을까 심각하게 고민하던 그녀는 나의 혼잣말을 듣고 메뉴에서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아니. 저기 포스터들 보다가, 그냥 갑자기 생각나서. 뭐, 부럽다는 게 아니라. 그냥 진짜 궁금해서.”

  “아. 난 또 뭐라고. 좋겠지 뭐. 잘생기고 이뻐서 손해 볼 것은 없잖아?”

  “그런가? 그래도 그들 나름대로 피곤하지 않을까?”

  “그럴 수도 있겠지? 우리는 평생 알 수 없는 종류의 피곤일 테지만.”

  지나칠 정도로 골몰하는 나를 보며 여자친구는 말했다.

  “아이고, 의미 없다.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

  “아니. 그래도 내가 저렇게 키도 크고 잘생겼으면 더 좋지 않았겠어?”

  “그럼 나는 아마 오빠 안 만났을 걸?”

  그녀는 확신에 찬 어조로 나를 보며 대답했다.

  “왜?”

  “난 지금 오빠 있는 그대로가 좋아. 너무 잘생기거나 하면 내가 주눅이 들 거 같아.”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이다 고개를 갸웃했다.

  “응? 그게 무슨...”

  “아니. 내 말은 나다운 자신감 있는 모습이 사라질 것 같다는 거지. 내가 주눅 들어서 스스로 답답하게 사는 건 원치 않거든.”

  말투는 자신이 있었으나 어쩐지 그녀의 눈은 다시 메뉴판을 향해 있었다.

  “분명 일리가 있는 말이긴 한데, 이상하게 기분이 나쁜 건 내 기분 탓이겠지?”

  “당연하지.”

  “일부러 내 눈을 피해 메뉴판을 보는 것 같은 느낌도 그저 기분 탓이겠지?”

  “당연하지.”

  “조금 기분이 아직도 묘해서 그러는데, 그래서 잘생긴 배우들보다 내가 낫다는 거야?”

  “오빠. 외모가 전부가 아니야. 오빠는 오빠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잖아. 그리고 그래서 난 언제나 나다운 모습으로 오빠 옆에 이렇게 있을 수 있는거고.”

  “결국 내가 못생겼다는 이야기인 거...”

  “됐고. 오빠 무슨 팝콘 먹지? 달콤한 맛이 좋아, 고소한 맛이 좋아?”

  황급히 내 말을 끊는 그녀는 전혀 그런 뜻은 없었다는 듯이 확신에 찬 태도로 메뉴판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녀의 동공이 흔들렸음을 나는 분명 보았다.

  “너 눈동자에 지진 난 거 같은데...”

  “고소한 맛? 달콤한 맛?”

  당장이라도 대답을 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표정이었다.

  “고.. 고소한 맛이지. 팝콘은 당연히 고소한 맛이야.”

  “그래? 알았어.”

  오랜 고민이 끝나서 후련하다는 듯 주문을 한 그녀는 달콤한 맛 팝콘을 가득 안고 돌아왔다. 예상했던 지극히 그녀다운 모습이었다. 그리고 난 그 모습에 언제나 끌렸다. 행복하게 팝콘을 입안에 우겨넣는 그녀를 보며 나는 내 외모가 이전보다 조금 더 만족스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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