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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락서 Sep 16. 2020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해왔다

낱장 일기01

나는 항상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해왔다. 그 말은 일정 부분 사실을 담고 있는데 타인의 시선이 나를 재단할 수 없고, 또한 그래서도 안 된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그러나 우리는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고,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다. 타인의 시선을 중요치 않게 생각하는 나도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쓴다.

그간 유튜브를 하면서 심심치 않게 내가 단편을 썼던 적이 있음을 말해왔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 사실인데, 나는 단편소설을 약 3편 쓴 적 있다. 질적인 측면에서야 이것을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형식의 측면에서 이것은 분명 이야기의 형태를 띤 원고지 80매 이상의 단편소설이다.

딱 한 번, 내가 썼던 단편을 낭독하여 컨텐츠로 만들기도 했었다. 애당초 많은 기대를 하진 않았다.(그렇다고 기대를 아예 하지 않았다면 분명 거짓말이다) 역시는 역시였고, 그 영상은 조용히 시간의 누적에 따라 묻혔다.

그리고 오늘, 오래간만의 소통에서 다시 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내가 썼던 글과 그리고 요즘 다시 바로 이 글을 쓰고 있다는 말을 했다. 나를 좋게 봐주시는 구독자분들의 입장에선 그 글에 흥미가 생기는 것이 당연할 수 있다. 그렇기에 구독자분은 내게 그 글들을 보여 달라 하셨던 것이다. 여기서 나는 망설였다. 내 글을 누군가에게 보여줘도 되는 것인가?

바로 이 지점에서 나는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는, 아니 그걸 넘어 타인의 시선이 두려워 내 행동을 제약하는 자신을 보았다. 나는 겸손함을 가장했다. 구독자분의 요청에 나는 내가 썼던 글들이 누군가에게 보일만큼 충분히 좋지 못하여 여러분들의 아까운 시간을 뺏을까 걱정이 된다 말했다. 그리고 구독자분은 답하셨다. 그건 독자가 판단할 문제라고.

그렇다. 내가 이 글을 돈이라도 받고 파는 게 아닌 이상, 내 글을 타인에게 공개함으로써 내가 당하는 불이익이 도대체 뭐가 있는가? 나를 좋게 봐주시는 이들이 내게 비판을 넘어선 비난이라도 쏟을 것을 걱정하는가? 그건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생각이다. 득이 되면 득이 되었지 손해가 되지 않을 상황에서 내가 두려워했던 건 오로지 나의 실력이 드러나 버린다는 사실이 전부였다. 보는 이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어쩌지. 나를 좋게 보는 이들이 나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하게 되면 어쩌지. 그런 두려움들.

그러나 오늘 다시금 깨달았다. 그런 두려움은 기우에 불과한 것이고, 적어도 내가 바라는 글의 영역에서 나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임을. 그래. 손해 볼 것은 없다. 내 모자란 글이 누군가에게 읽힌다고 하여서 나라는 사람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 목말라왔지 않은가. 홀로 동굴 속에 갇혀있는 고독에서 벗어나 누군가가 나를 인정해주기를, 아니 하다못해 나의 글을 읽어주기를. 그런데 정작 그런 기회가 찾아올 때마다 나는 어찌나 바보처럼 굴었는지.

나의 글에 대한 열망이 지난 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면, 앞으로도 유효하고, 더욱더 발전적인 형태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것이 사실이라면, 나는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다. 모든 것을 감수하며 나아가는 것이 내가 가야 할 길이다. 그리고 거기엔 후회가 끼어들 자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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