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했다.
어제 그냥 한 것이 하나 있었다. 원래의 나 같으면 절대 못할 짓이었다. 그런데 어제 그걸 내가 그냥 했다. 갑자기 수많은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조금 더 생각해보고 하자.', '여기서 끊고 오후에 하자.', '이런 식으로 그냥 하면 완성도가 떨어지잖아.', '이미지 작업 더 보완해야 해.' 등등등. 그런데 그냥 다 무시하고 눈 딱 감고 그냥 질주해서 바로 끝내버렸다.
마지막 키를 누르고 나서 갑자기 알 수 없는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 와 이걸 그냥 하다니. 첫 번째 승리였다. 내가 그들을 이긴 것이다. 되돌아보니 그렇게 시간을 끌 이유도 없는 것들이었다. 분명 문제가 있을 것이고 수정할 것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바로 파고들어서 아웃풋을 낸 그 행위가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수많은 세월 내 발목을 잡았던 그 목소리들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그 목소리들의 목적은 '안전'이다. 실수할까 봐 실패할까 봐 불안에 떠는 이들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 그들을 의지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분명 나를 지켜주기는 하지만 동시에 나를 침잠시킨다. 진짜 지독하다. 안전 지키다가 초가삼간 다 태우게 생겼다. 이제는 그 목소리들이 들리면 반대로 행동할 것이다. 그냥 빨리 한다. 모르겠고 그냥 한다. 그래도 안 죽는다. 내가 살 길은 이 방법밖에 없다. 계속 그냥 하는 것. 이제 생각은 10 행동은 90이다. 이렇게 아웃풋만 죽어라 내본다. 그리고 그 결과들을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 그냥 한다. 계속 간다. 오늘도 그렇게 아웃풋을 낼 것이다.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