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하던 '짓' 하기
자아를 버려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버려야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그런데 마음까지 설득은 안된 것 같다. 순간적으로 그래 자아를 버려야 해, 하면서도 조금 지나면 생각까지도 휘발되어 버린다. 그리고 또 시간은 녹아버린다. 결국 자아를 버리려면 생각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확실한 동의를 이끌어내어야 한다. 마음, 즉 영혼이다. 생각과 영혼은 다르다. 생각은 이성이다. 영혼은 이 이성에 감정이 결합된 것이다. 그래서 영혼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단순하지가 않다.
방법은 있다. 언제나 방법은 찾으면 나온다. 자아를 버리려면 생각뿐만 아니라 영혼까지 움직이여하는데 그 방법은 역시 행동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행동을 하면 육체의 변화가 생기고 생각이 바뀐다. 그 변화 속에서 당연히 감정이 변할 수밖에 없다. 나는 그래서 자아를 깨기 위해 일단 안 하던 '짓'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안 하던 짓을 하면 나의 온몸에서 거부를 할 것이다. 특히 뇌에서 난리가 날 것이다. 그래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실행'이 어려운 것이다. 여기서 그동안 단련했던 나만의 전략을 사용할 예정이다. 그것은 바로 그 행동을 아주 아주 잘게 쪼개서 '하찮게'보이게 하는 것이다.
당연히 안 하던 짓을 하는 것은 바로 거부 반응이 온다. 하지만 아무리 싫어하는 것이라도 그것이 상당히 만만해 보이면 시작하는 게 어렵지 않다. 예를 들어 청소를 할 때 일단 앞치마만 한 번 입어보는 것이다. 영어 공부를 해야 하면 그냥 영어책만 한 번 집어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그다음 단계로 거의 99% 확률로 넘어간다.
사실 내가 버리고 싶은 자아는 거대하다. 너무 광범위해서 엄두가 안 난다. 하지만 나는 예전의 내가 아니다. 이제는 쪼개기 전법의 달인이다. 거대한 자아를 쪼갠다. 허세의 자아, 두려움의 자아, 회피형 자아, 교만함의 자아, 게으름의 자아 등등. 이 자아들을 또 아주 작게 작게 나눈다. 그리고 야금야금 부순다. 매일, 같은 양, 반복으로 안 하던 짓을 계속한다. 매일이 자아와의 전투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 무엇이든 반복과 시간의 누적 앞에는 장사 없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