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와 저녁 시간은 쾌락적으로 보낸다.
새벽 4시 30분에 기상한다. 따뜻한 물 한잔을 마시고 책을 1시간 정도 읽고 출근한다. 그리고 오전 중으로 텐션 있게 밀어붙여서 그날의 업무를 다 해버린다. 여기까지 상당히 의식적으로 제어해서 진행한다. 습관이 되기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 예상한다. 플래너 작성을 하고 타이머를 켜고, 화이트보드에 일정을 적어서 체크하면서 반복한다. 새벽-오전 구간은 극단적일 정도로 엄격하게 정신적인 활동에 집중된 시간으로 운영한다. 그리고 육체적인 활동은 점심-저녁 구간으로 설정했다. 몸을 다양하게 움직이는 것이 핵심이다. 감각을 열고 자유로운 활동을 하려고 한다. 우선 점심 같은 경우 집에 와서 직접 요리를 한다. 신선한 샐러드를 만들고 계란과 빵을 굽고 버터를 발라서 맛있게 먹는다. 재즈를 틀어 놓는다. 집 안의 분위기는 정오의 햇살로 가득해져서 더 평화롭고 따스해진다. 그리고 청소나 집안일 등 일상을 정돈하는 일을 하다가 오후 3시쯤 가방을 챙겨서 운동을 간다. 체육관은 집에서 500미터 거리에 있다. (사무실도 500미터 거리에 있는데 집을 중심으로 10분 도보의 완벽한 트라이 앵글을 이룬다.) 체육관에서는 1시간 정도 빡세게 근력과 유산소 운동을 하고 샤워를 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이것도 단련의 부분이지만 몸을 사용하고 육체적 감각을 여는 것이기에 오후에 배치했다. 그리고 저녁 식사는 거의 직접 요리하지만 가끔 동생이나 좋아하는 친구들과 좋은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는다. 집에서 저녁 요리는 하는 날은 취침하기 전 2-3시간 정도 혼자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된다. 이때는 사무실로 가서 작업을 하거나 도서관을 가거나 전시회 또는 음악회를 짧게 다녀온다. 그리고 밤 9시부터 잠자리를 세팅하고 밤 10시에 눈에 영양제를 넣고 안대를 쓰고 세상의 미련을 버리고 취침을 한다.
이 루틴은 상반되는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전에는 엄격한 시간 프레임을 걸어두고 정신적인 활동에 몰입을 하고, 오후-저녁에는 여유롭고 시간을 두고 몸을 사용하고 감각을 여는 물리적 창조 활동을 한다. 특히 후반 시간대는 육체적으로 상당히 쾌락적인 시간이다. 점심에는 직접 손으로 요리를 하고, 냄새를 맡고, 음식을 먹는다. 오후의 운동 시간은 절대 빼놓을 수 없다. 운동을 하면 아드레날린과 도파민 충만 상태로 엄청난 성취감과 신체적 만족을 얻기에 안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저녁에는 외식을 하거나 좋아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한다. 그림을 보거나 음악을 듣는다.
마치 혼돈과 질서의 균형처럼 루틴도 이렇게 상반되는 활동으로 생활의 균형을 맞추고자 한다. 사실 음과 양, 흑과 백 같은 자연의 섭리를 벤치마킹 한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생각보다 핏 하게 맞고 자연스럽게 구현이 되었다. 사실 이렇게 의식적으로 프레임을 걸지 않았다면 나는 계속 혼돈의 상태에 있었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예전의 생활은 취향은 있었으나 기준이 없었다고 할 수 있다. 학교나 직장 같은 외부적인 프레임 같은 것으로 나의 생활과 시간들은 구성되었다. 그래서 어떤 변화나 문제가 생기면 그때그때 수동적으로 수습할 뿐이었다. 외부에서 불어닥친 혼돈을 헤쳐 나올 수 있는 힘을 가진 주체는 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사업을 시작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항상 두렵고 불안에 시달렸었다. 하지만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나는 나를 직접 구원하고 싶었다.
일단 문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했다. 나를 관찰하고 탐구했다. 글을 쓰고, 플래너에 시간을 넣어가며 행동 패턴을 분석했다. 사실 몇 년에 걸쳐서 진행된 것이다. 그 결과, 상황이 벌어지면 대충 수습하고 회피하는 행동은 쌓이고 쌓여 자아의 불신이 깊어졌다는 것이다. 문제는 결국 내가 주체적으로 인생을 살아가지 못한 것이었다. 이게 핵심이었다. 그래서 정말 간절하게 이것을 개선하고 극복하고자 했다. 해결 방법은 어떤 상황이든지 외부의 시선은 최소한으로 두고 직접 판단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며 내가 스스로 단단해질 기회의 시간을 주는 것이었다. 한 번에 되는 것은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올바르게 판단하고 명확하게 실행하는 것을 반복하고 단련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수많은 시간을 거쳐서 구현한 것이 이 루틴인 것이다. 정말 수많은 수정 과정이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수정하면서 개선해 나갈 것이다. 여기서 절대 변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의 판단과 주체적인 실행으로 이 모든 것을 이루어 내겠다는 것이다.
도미니크 로로의 책을 10년 만에 집어 들었다. 다시 보는데 너무 좋다.
이제야 내가 이 책을 읽을 시기가 온 것이다.
정말 해답이다. 맞말 대잔치.
가장 짧은 기간에 해낼 수 있는 최선의 것- 명쾌하다.
현재, 오늘에 집중은 정말 진리 오브 진리. 이런 말은 평생 가스라이팅 당하고 싶다.
샐러든 좋아는 사자- 사자가 익룡 같다. 샐러드 안 좋아하는 것 같은데...
오늘 발견한 검은 고양이 사진. 저 위풍당당한 포즈에서 삶이 보인다. 귀감이 되었다.
화이트보드의 매직은 항상 유효하다. 진짜 짱인듯.
넷플릭스 다큐 진짜 감명 깊게 봤다. 나 이제 시작인데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