멱살 루틴
가끔 저녁에 친구들을 만나서 술 마시고 놀거나 아니면 혼자 집에서 와인을 왕창 마실 때가 있다. 다음 날은 당연히 컨디션이 안 좋다. 이럴 경우 예전의 나는 계획 다 취소하고 누워만 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런데 미라클 모닝 100일 넘어가니 신기한 현상이 생겼다. 몸의 상태와 상관없이 그냥 원래대로 할 일을 하는 나 자신을 목격하게 된다. 루틴이 그냥 어김없이 돌아간다는 것이다. 술이 떡이 되는 것과 상관없이 새벽 4시 30분에 눈이 떠지고, 기도하고 독서를 하는 등 원래 루틴을 그대로 수행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완전 멱살 잡혀서 끌려가는 느낌인 것이다. 마치 세수하듯 양치하듯이 그냥 행해지는 것이다. 이게 정말 재미있는 부분이다. 원래 같으면 아 몸 안 좋으니 오늘은 쉬어야지 하면서 그냥 퍼진다. 그런데 미라클 모닝을 시작하면서 습관이 형성되고 루틴이 생기고 나서부터는 뭔가 내가 모르는 시스템이 작동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진짜 기계처럼 나의 감정 또는 몸 상태와 상관없이 해야하는 일을 그냥 자동으로 수행하는 것이다. 약간의 시간적 오차는 있을지라도 할 일의 리스트를 절대 빼먹지 않는다. 나는 이것을 '멱살 루틴'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감정에 휘둘려서 정신을 못 차리거나 술을 왕창 마시듯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할 때 멱살 루틴이 가동된다. 의지력이고 동기고 이런 거 다 필요 없고 원래 해야 하는 것을 육체에 명령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되돌아보니 이 멱살 루틴으로 내가 위기를 몇 번을 넘겼는지 모른다. 진짜 대단하다.
오늘 아침도 멱살 루틴이 제대로 가동했다. 어제 친구들하고 오랜만에 즐겁게 놀았다. 와인도 많이 마시고 심지어 잠도 늦게 잤다. 그래서 오늘은 멱살 루틴이 가동 안 할 줄 알았는데... 이게 웬걸 새벽 4시 40분에 눈이 떠졌다. 그리고 원래 하던 묵주기도를 하고 바로 성당에 가서 새벽 미사를 드렸다. 그리고 사무실로 와서 지금 이 글을 쓰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진짜 습관이라는 것이 루틴이라는 것이 너무 대단하고 가끔 무섭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