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드래곤볼 Day 15.

상황 뒤집기

by 쾌락칸트

최근 신기한 일이 있었다.
오랫동안 연락 없던 지인이 갑자기 전화를 했다. 첫마디가 “사무실 인테리어 공사도 하냐”였다. 예전에 해본 적이 있으니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자 그녀는 다니는 회사가 이사를 하는데 새 사무실 공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사장이 알아보라고 시켜서 나를 떠올린 거였다.


얘기를 들어보니 시간은 촉박하고, 정보는 없고, 사장은 무작정 밀어붙이고 있었다. 그녀의 불안과 짜증이 그대로 느껴졌다. 그래서 일단 가능하니 사장에게 확인받고, 의사가 있으면 현장에서 미팅하자고 했다.

며칠 연락이 없다가 갑자기 미팅 연락이 왔다. 급히 달려가 진행했다. 오래 일하다 보면 ‘느낌’이 있다. 처음부터 순조로우면 끝도 순조롭다. 반대로 이렇게 우당탕거리면 결과가 좋은 경우가 별로 없다. 그래도 묘한 호기심이 생겨해 보기로 했다.


미팅 후 사장과 논의하고 연락 달라고 했는데 또 며칠간 잠잠했다. 그러다 현장에서 만난 담당자가 전화를 했다. “왜 견적을 안 주냐”는 것이었다. 황당했다. 자기들이 한 말조차 기억 못 하는 것이다. 상황이 많이 꼬였음을 직감했다. 나는 착오를 바로잡으며 원하는 게 뭔지 물었다. 그는 “기간 내 공사를 끝내는 것”이라고 했다. 다시 내가 진행하는 게 확실한지 물었고, 그는 맞다고 했다. 그 순간 결심했다. "내가 멱살 잡고 가야겠다."


바로 끝을 상상하며 일사천리로 움직였다. 예산에 맞춰 업체를 섭외하고, 일정과 준비를 모두 완료했다. 드디어 최종 견적 조율 단계까지 갔다. 일요일 저녁, 합의만 되면 3박 4일 안에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그 사장이 모든 걸 뒤집었다. 공사를 안 하겠다는 것이다. 나도 당황했지만, 담당자는 거의 울먹이며 사과했다. 그는 사장을 설득하지 못한 것이다. 상식적인 접근이 통할 리 없는 상대였다. 아직 사회 초년생인 그가 능구렁이 같은 상사를 감당 못하는 건 당연하다. 나 역시 초기에 그랬다.


사업 세계는 상식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1+1=2가 되지 않는다. 비열함, 속임수, 강약약강의 논리가 지배한다. 그 어린 친구도 이번에 그 현실을 배운 거다.


나는 생각했다. 공사는 무산됐지만 내 인건비는 청구해야 한다. 그런데 그는 “사장님이 절대 안 줄 테니 제가 제 돈으로 드리겠다”라고 했다. 내 인건비는 싸지 않다. 처음엔 ‘그래, 어렵더라도 내 몫은 제대로 받아야지. 그게 인생 수업이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음이 불편했다. 그냥 돈만 받으면 끝이다. 악을 악으로 받는 것뿐이다. 누구에게도 남는 게 없다. 그래서 방향을 바꾸기로 했다.


나는 그에게 말할 거다. 인건비를 못 주면 나에게 진 빚으로 남겨라. 언젠가 내가 필요할 때 내 사업과 관련된 일을 해달라. 그는 아직 어리지만 전문가다. 처음 봤을 때 그의 재능이 보였다. 사회 경험은 부족하지만 내가 필요한 자원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이 부정적인 사건을 기회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것이 바로 ‘악을 선으로 바꾸는 작업’이다.


세상은 결국 시선의 문제다. 눈앞의 이익만 좇으면 선택은 대부분 악이다. 지금 그의 사장처럼, 대부분의 사장들이 그렇다. 하지만 제3의 시선으로 자신을 보고, 세상을 보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려는 사람은 선을 선택한다. 그런 사람을 우리는 사장이 아니라 기업가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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