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드래곤볼 Day 19.

수(手)

by 쾌락칸트

어제 영화 빅쇼트를 봤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본 것이 어쩌면 내 인생 흐름 속 하나의 큰 전환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세상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실 몇 년 전 이 영화를 보기는 했다. 그런데 그 당시 나는 내용을 거의 이해를 못 했다. 그냥 브래드 피트가 제작하고 스티브 가렐, 라이언 고슬링이 나온 정도만 기억했다. 불과 몇 달 전에도 경제에 대해 까막눈이었던 내가 그 몇 년 전에 미국 주택 시장 붕괴에 대해 내가 얼마나 이해할 수 있었겠나. 아무튼 점심시간에 식사하면서 넷플릭스에서 뭘 볼까 하다가 빅쇼트가 눈에 띄어서 그냥 보자 하는 마음에 틀었다. 은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알고 싶기도 했다. 사실 어제 아침만 해도 전혀 모르는 상태인 것은 맞았다. 하지만 몇 년 전과 다른 점은 태도의 차이였다. 이상하게도 적극적으로 알고자 하는 호기심이 있었다.


영화는 첫 장면부터 계속 낯선 경제 용어가 나오면서 빠르게 흘러갔다. 나는 여기서 중간에 멈추고 다시 맨 앞으로 돌아가서 대사 하나하나가 나올 때마다 정지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대화에서 나오는 용어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찾아봤다. 특히 모기지. 나는 모기지의 뜻도 몰랐던 것이다. 일단 포털에 기본적인 검색을 하고 이후 챗gpt에게 물어보면서 용어 하나하나를 이해하면서 영화를 봤다. 모기지, 펀드, 채권, 스와프, CDS, COD 등등 관련 용어들을 빠르게 섭렵했다. 의외로 챗gpt와 대화하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영화 내용이 실화이기에 관련 사건과 인물도 검색하면서 보니 더 입체적으로 빠르게 이해가 되었다. 그렇게 나는 대략 3시간 정도 걸려서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단숨에 파악했다. 솔직히 좀 놀랬다. 알고자 하니 보였고 상황을 파악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 몇 달 동안 경제 관련 흐름을 지속적으로 읽다 보니 뭔가 허들이 많이 낮아졌다는 점이 느껴졌다. 그리고 맥락에 대한 이해를 넘어 나에게 다른 것이 보였다. 그것은 바로 '수(手)'였다.


빅쇼트의 첫 부분은 마이클 버리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에 대해 이상 징후를 발견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모지기 채권이 겉으로 보이기는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정보를 계속 검토하다 보니 이상함을 느낀 것이다. 그때 당시 미국 모기지 채권은 규모가 엄청나게 방대했다. 그 누구도 제대로 들여다볼 엄두를 낼 수 없을 정도였다. 여기서 그의 다른 이들과의 차이점이 드러난다. 그는 실제로 그 모기지 채권 안의 엄청난 양의 대출 계약서를 모조리 들여다본 것이다. 대충 보고 직관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데이터를 최대한 많은 양을 수집하고 분석한 것이다. 그리고 그 데이터들을 조합해서 엑셀로 그래프를 만들고 수 천 가지의 시뮬레이션을 돌려본다. 그 결과 연체율은 계속 올라갈 것이고 2007년 만기 시점이 되면 결국 밑에서부터 트렌치가 무너지기 시작해서 결국 주택 시장은 붕괴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하게 된다. 여기서 그는 옵션이 없는 모기지 채권이 아닌 새로운 파생 상품을 구매한다. 그것이 바로 CDS, 신용 부도 스와프이다. 모기지 채권 보험을 산 것이다. 그는 위기 속에서 기회를 발견한 것이다. 결국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일어났다. 미국 주택 시장은 붕괴되고 그는 CDS로 회사에는 9,000억, 개인으로는 1,300억의 수익을 거둬들였다.


그가 CDS에 투자했을 때 모두가 그를 미쳤다고 했다. 금융 전문가들도 믿지 않았다. 여기서 우리는 알 수 있다. 역사를 뒤돌아보면 언제나 눈뜬장님이 대다수인 것을. 전문가도 예외는 아니다. 영화 첫 장면에도 이런 말이 나온다. "곤경에 빠지는 것은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무엇인가를 확실히 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언제나 확신에 대한, 전문성에 대한, 시스템에 대한 의심을 해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건 붕괴는 확실히 온다. 그것은 자연의 섭리이다. 여기에서 살아남는 자가 바로 깨어있는 자이다. 비판적 사고를 하며 '왜'라는 질문을 한다. 그리고 생각을 한다. 올바른 판단을 하고 빠르게 행동에 옮긴다. 나는 생각-판단-행동의 합을 수(手)라고 규정한다.


手는 '손 수'라는 한자로, '손', '재주', '수단', '사람' 등을 뜻한다. 손은 수고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 수를 잘 둔다는 말은 바둑에서 나왔다. 수(手)는 전략을 의미하는데 한자의 의미는 손이다. 머리가 아니라 손이 먼저여야 한다. 마이클 버리는 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기회를 발견하기 위해 수많은 데이터를 완전 수동 방식으로 다뤘다. 누구의 손이 아닌 자신의 손으로 직접 일일이 다 들여다본 것이다. 손은 눈보다 빠르다. 손으로 수고한 것은 눈이 기억하고 온몸이 기억한다. 그리고 그 수고로운 생각을 조합하여 올바른 판단을 하고 행동으로 옮겼다. 사실 이 이상 징후를 발견한 사람들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머뭇거리다가 기회를 놓쳤다. 반면 그는 머뭇거리지 않았다. 그의 수(手)는 데이터와 직관 그리고 생각과 행동이 합쳐진 확신의 수(手)였기 때문이다.


마이클 버리의 수(手)는 내 가슴에 어떤 불꽃을 선사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방법을 이해했다. 결국 어떻게 바라보고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현실이 완전히 바뀐다는 것을 확신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나만의 수(手)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외부 소음에 휘둘리며 눈뜬장님처럼 시스템 안에 갇힌 것이 아닌, 내 수(手)로 세상에 나를 드러내며 풍요의 빛을 발산하는 것이 완전히 가능함을 깨닫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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