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이라는 신화
나는 시작과 완성이 한 끝 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한 끝이라는 차이를 시각적인 이해를 위해 '가로의 길이'라고 가정해 보자. 우리는 완성을 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한다. 시작의 점과 완성의 점 사이의 간격이 길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다. 시작과 동시에 찰나의 순간 완성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간격이 아주 짧은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것이 완성이라고 믿지 않는다. 오래 걸려야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작과 동시에 포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완성까지 가기에 너무 멀다는 거리감에 이미 압도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되짚어 봐야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완성'이라는 개념이다. 도대체 우리가 완성이라고 부르는 것의 실체는 무엇일까. 완성된 결과물일까. 프라이머시한 건축물? 럭셔리 가방? 멋진 웹사이트? 맞다. 사람들은 그 결과만을 보고 완성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완성이라는 개념은 물리적으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현실 속 모든 것은 계속 움직이고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완성은 정지를 뜻한다. 바로 죽음이다. 그래서 현상계에 실체로 존재하는 것들에 '완성'을 붙이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완성을 정지가 아니라 '완료'라는 개념으로 다시 보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긴 것이 아닌 짧은 구간으로 설정해 보는 것이다. 여정 속의 하나의 지점으로 보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시작을 하는 것도 이미 그 지점에서는 완료인 것이다. 그리고 다음 지점으로 가서 완료를 한다. 완료의 연속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점과 점 사이의 길이를 좁히는 것이 좋다. 완료의 빈도수가 높아지면 속도는 올라가게 되어있다. 그러다 보면 소위 세상이 말하는 완성이라는 것에 도달하게 된다. 완성이라는 신화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절대 이룰 수 없는 실행가만이 만들어내는 다른 차원의 완성인 것이다. 그들은 완성을 완료라는 개념으로 이해한 사람들이다. 역사를 되돌아보면 큰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작은 것을 취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실행가들이 세상을 바꾼다는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