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칸트 Day 30.

일단 완료하고 수정하면서 나아가기

by 쾌락칸트

완벽주의적 성향에서 벗어나는 것은 어려웠다. 기질적인 탓도 있다고 본다. 타인에게 보이는 모습보다 나 자신이 스스로 정한 기준이 상당히 높았기도 했다. 지독한 개인주의자이기에 더하지 않았을까. 완벽주의적 성향에 대한 회의는 그로 인한 자기 파괴적 결과물들을 마주했기 때문이다. 이상적인 자아에 현실의 성과가 부합하지 못하면 결국 다 망가뜨려버리는 패배주의 모드로 전환된다. 그리고 회피주의가 시작된다. 차라리 비관도 확실하게 하면 뭐라도 남는데 나는 이게 진짜 최악이라고 생각한다. 회피주의는 자신도 모르게 점진적으로 스스로를 파괴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생각해 낸 방법은 결국 완벽주의를 제거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제거에 대한 대안은 완료주의와 수정주의였다. 한 마디로 '일단 해보고 계속 고치면서 나아가는 것'이다. 물론 초반에는 이게 될 리가 없었다. 머리로는 알지만 실행이 어려웠다. 이렇게 하찮게 해도 되는 거 맞아? 그냥 이렇게 마무리하는 거 너무 찝찝한데? 하면서 계속 의심하고 주저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어보기로 했다. 완료주의와 수정주의를. 나를 달래며 지속적으로 밀고 나갔다. 매일 할 일들을 리스트업 하고 마치 도장 깨기 하듯 완료시켰다. 실행의 퀄리티가 중요하지 않았다. 대충 해도 괜찮았다. 그냥 '완료했다.'가 핵심이었다. 그리고 문제점이 생기면 다음 날 수정하고 다시 완료했다.


그렇게 '완료'와 '수정'으로 채운 매일이 쌓이고 쌓여 거의 330일 되었다. 거의 자동화가 되었다. 나는 상황이 어떻든, 기분이 어떻든 그냥 실행하는 사람이 되어갔다. 그리고 결과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대충 했지만 매일 하는 운동으로 몸은 이상적인 형태가 되었고, 대충 했지만 매일의 책 읽기와 글쓰기는 스스로 생각하고 분별하는 메타인지를 놀랍도록 향상했으며, 대충 했지만 매일의 어학 공부는 웬만한 회화를 할 수 있는 레벨이 되었다. 대충 했지만 완료했고 수정하고 다시 완료했던 날들의 누적으로 인한 예상치 못한 유의미한 결과들이었다.


가장 크게 변한 부분은 그게 무엇이든 더 이상 회피하지 않게 된 것이다. 막연하게 어려워 보여도 일단 대충 시작한다. 그리고 대충 쪼갠다. 그리고 대충 해본다. 그리고 대충 완료한다. 그리고 다음날도 대충 해본다. 이렇게 여러 번 해보니 결국 알게 된 것은 그 무엇이든 마주하게 되면 별거 아니라는 것이다. 나에게 '그냥 대충 덤비는 것'은 '일단 해보고 완료하고 수정하기'다. 나는 경험의 터널을 지나면서 그것이 인생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힘을 생성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완료주의와 수정주의 덕분에 내 삶에서 두려움이 만든 허상들에 현혹되어 소중한 시간을 흩뿌리는 일들이 점점 사라지게 되었다.










KakaoTalk_20250917_104838114.jpg
KakaoTalk_20250917_104838114_01.jpg
KakaoTalk_20250917_104838114_02.jpg


작가의 이전글쾌락칸트 Day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