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게 쪼개진 여러 구간, 차분한 짧은 호흡
갑오일주의 기질 때문일까. 이 일주의 상징 동물은 말이다. 청색말. 말은 태생적으로 질주의 본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하나에 집중하게 되면 한 번에 달려 끝내버리고 싶은 욕구가 발동한다. 속도도 빠르고 에어지 레벨도 굉장히 높다. 문제는 이렇게 달려서 끝장을 내면 이후 종종 번아웃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이것을 기질적인 것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대미지가 너무 크다고 판단이 들었고 나는 개선해 보기로 결심했다. 그것은 바로 '한 번에 끝내지 않기'였다.
한 번에 끝내는 것은 '한 구간의 흥분된 짧은 호흡'이다. 나는 이것을 '잘게 쪼개진 여러 구간의 차분한 짧은 호흡'으로 바꾸고자 시도했다. 질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타임 바운드를 걸었다. 일정한 시간대에 일정한 시간 동안 쪼개진 일들을 하는 것이다.
질주는 나의 가장 큰 강점이자 약점이었다. 약점으로 작용하는 경우는 바로 '조급함'이 발동되서이다. 조급함은 신중해질 수 없고 단편적이고 얇은 생각으로 일을 처리한다. 그리고 되돌아보지 않는다. 피드백이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대부분 '한 구간의 흥분된 짧은 호흡'일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번아웃이 온다.
하지만 질주의 에너지는 굉장히 가치가 높다. 나는 이것을 강점으로 다지고 싶었다. 그래서 찾은 방법이 한 번이 아니고 여러 번, 들쭉 날쭉의 시간대가 아닌 정해진 시간대를 고정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타임 바운드 안에서 매일 규칙적으로 질주를 하는 것이다. 마치 말을 길들이는 훈련과 같다. 이렇게 한 번에 끝내지 않고 여러 번을 진행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차분해지고 깊게 사고하며 당연하게도 피드백은 따라온다. 어제 했던 것을 보고 오늘 진행해야 하니깐 반복적으로 돌아보게 된다.
이 훈련은 현재 332일째 진행되고 있다. 아직 과정이지만 내가 선택한 '잘게 쪼개진 여러 구간의 차분한 짧은 호흡'의 방법은 굉장히 유의미한 결과들을 가져다줬다. 기질을 누르기보다는 그 기질을 효율적으로 발현시키는 데에 집중했기 때문이었다. 이 방법의 가장 만족스러운 점은 나의 본질은 유지하면서 더 나은 상황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한 번에 끝내지 않겠다는 다짐은 나에게 일에 관해 지속적인 흥미를 가지게 하고 삶의 여유를 주었다. 이것은 내가 삶에서 그 무엇이든 끝이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 것이고 결과보다는 과정을 즐기게 되었다는 긍정적 신호이기도 하다.
나의 고결한 리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