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치는 세계
오늘 귀멸의 칼날 극장판 <무한성>을 보고 왔다. 애니메이션이 내 취향은 아니지만 최근에 진격의 거인을 보고 깊은 영감을 받았기에 내친김에 귀멸의 칼날까지 쭉 정주행 했다. 흔한 소년 만화 성장기 플롯이다. 어찌 보면 굉장히 고전적이다. 드래곤볼과 슬램덩크 같은. 하지만 같은 것이라도 다르게 맛을 제대로 내었기에 이렇게 인기가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다른 감상은 다 집어치우고 명료하게 나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장면 하나만 이야기하고 싶다. 그것은 아카자와의 대결에서 탄지로가 접하게 된 '내비치는 세계'였다. 그것은 무아의 경지, 자아가 사라져 버린 경지의 세계였다. 보이지 않지만 인간은 언제나 기운이라는 것을 뿜어낸다.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희로애락이 대표적인 기운이다. 그것을 귀신같이 감지하는 아카자에게 접근하기 위해 탄지로는 무(無)의 기운을 만들어야 했다. 그리고 그는 과거 이노스케와의 대화 그리고 위협하는 곰을 소리도 없이 죽여버린 아버지와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 어떤 감정의 무게도 없는 가장 자유로운 경지인 무아. 자아를 부숴버려야만 닿을 수 있는 경지이다. 그것은 극단으로 치닫고 나서야 이해할 수 있는 무엇이다. 보통의 경험으로는 어림도 없다. 그냥 뇌 빼고 보는 것이라 여겼던 애니메이션에서 이 개념이 나와서 좀 놀랬다. 결국 모든 성장의 이야기는 하나의 길로 연결되는 것 같았다. 자신을 버려야 자신이 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