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칸트 Day 53.

여행의 정반합

by 쾌락칸트

나는 일 년에 꼭 한 번은 해외여행을 하려고 한다. 몇 년 전까지는 프랑스 여행을 했고 작년부터는 일본 여행을 선호하게 되었다. 사람마다 여행 스타일은 다르다. 나 같은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여행지를 떠올렸을 때의 느낌이다. 직관적으로 설레는 느낌이 오면 그곳으로 가기로 결정한다. 그런데 사실 이런 장소는 좀 드물다. 좋아하는 여행지를 굳이 열거하자면 파리, 비엔나, 깐느 그리고 도쿄 딱 이렇게 네 군데이다. 이 장소 이외는 거의 그냥 그랬다는 말이다.


그 장소를 떠올렸을 때 그냥 그런데 하면 정말 그냥 그랬다. 바로 감지가 된다. 그래서 누군가 어디를 가자 했을 때 별로라고 느낌이 오면 거의 가지 않는 편이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가는 경우라도 결과적으로 별로인 경우가 거의 99%이다. 그래서 나는 여행지를 선정할 때 나의 직관을 압도적으로 신뢰한다.


여행지는 직관으로 정하지만 계획은 철저하게 통제적으로 짠다. 한 마디로 사전 조사를 치밀하게 그리고 많이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 좀처럼 만족하기가 쉽지 않다. 숙소 같은 경우 진짜 그 동네 부동산 뺨칠 정도로 많이 알아본다. 숙소 컨디션은 물론 가장 중요하지만 동선이나 거리의 느낌 그리고 편의시설의 퀄리티까지 조사한다. 데이터를 많이 쌓으면 쌓을수록 더 좋은 품질의 여행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여행지에서는 준비할 때와 다르게 의외로 즉흥적으로 움직인다.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냥의 즉흥이 아니다. 미리 쌓아놓은 데이터 기반의 즉흥인 것이다. 오히려 더 자유로워진다. 모르고 그냥 움직이는 것과 다 알고 움직이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장소 같은 하드웨어는 견고하지만 동선의 소프트웨어는 유연하다. 이것이 내가 느끼는 여행의 묘미이다. 그리고 정반합을 추구하는 내 가치관과도 일관성이 있다는 것도 재미있다. 어찌 보면 삶은 매일 생겨나는 하나하나의 사건들에서 자신의 고유성을 발견해 나가는 여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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