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고 집중하기
도쿄는 파리와 서울과 다르게 지하철 시스템이 진짜 복잡하다. 패스 자체도 너무 많다. 도쿄 여행계획을 짜는 데 있어 가장 골치 아픈 것이 교통비다. 주요 장소를 선정하면서 패스를 잘 사용해야 하는데 그것 자체가 이미 기가 너무 빨린다.
좀 아껴보겠다고 이래저래 머리를 굴리면서 패스를 사용하기 위해 여행 루트를 맞추는 게 뭔가 주객이 전도된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과감하게 교통비에 대한 부분은 포기하기로 했다. 그냥 스이카 찍고 다니는 것으로 결정한 것이다. 사실 엄청나게 차이나지도 않는다. 패스 본전 뽑겠다고 억지로 지하철 타느니 그냥 걸으면서 여유롭게 다니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이렇게 확 포기하고 나니 마음이 편했다. 그래서 매일 한 군데 지역을 정해 그곳만 둘러보려고 한다. 예를 들어 요오기 공원이 그날의 첫 방문지이면 공원에 누워서 피크닉 하다 그 옆의 하라주쿠를 지나 오모테산도 그리고 아오야마까지 쓱 둘러보면서 가볍게 다니는 것이다. 중간중간에 미리 찾아놓은 맛집도 들리면서. 여러 지역을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다니기보다는 그냥 물 흐르듯이 산책하는 것이 맞다.
역시 포기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더 좋은 것은 포기함으로써 새로운 가능성들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제야 압박을 벗어나 설레는 감정이 올라온다. 가장 중요한 것이 뭔지를 계속 질문하는 것으로 또 한 번의 허들을 넘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