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오늘 기치조지에서 하루 종일 돌아다니다 저녁에 시부야에 갔다. 어차피 집에 가려면 시부야에서 도큐선으로 갈아타야 해서 가긴 가야했다. 사실 시부야는 나에게 약간 트라우마가 있는 구역이다. 작년에 시부야 갔다가 정말 실신할 정도로 괴로웠던 기억이 있다. 그날은 하루 종일 힘든 일정으로 돌아다니다가 마지막 코스로 시부야에 갔었는데 피곤이 절정에 달해 길에서 쓰러질 뻔했다. 도쿄에서 사람이 가장 많은 곳으로 유명한 시부야를 힘든 몸을 이끌고 갔으니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때 당시, 다시는 시부야에 오지 않기로 다짐할 정도였다.
하지만 오늘은 좀 용기를 내어보기로 했다. 시부야에 다시 도전해 보기로. 결국 그때의 안 좋았던 경험은 좋지 않은 상태와 체력의 문제였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기치조지에서 피자도 먹고 저녁으로는 소고기 숯불 함바그 스테이크까지 든든하게 먹고 시부야로 출발했다. 물론 발도 엄청 편한 신발을 신고.
역시 시부야는 사람으로 북적거렸다. 이미 예상을 하고 가서 인지 뭔가 오늘은 다른 느낌이었다. 부유하는 기분이었다. 어차피 집으로 가는 전철역 입구는 알고 있기에 마음을 편하게 먹고 그냥 무작정 걸었다.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도 걷고 주변의 작은 골목골목도 들어가 보기도 했다. 심지어 비까지 왔는데도 뭔가 즐거웠다. 다 내려놓고 만끽하는 기분이랄까. 아마 잠도 잘 자고 잘 먹어서 컨디션도 좋았고, 이미 한번 시부야를 경험해서 그런지 여유가 생긴 것 같았다. 나의 안 좋은 기억과 달리, 다시 자세히보니 시부야는 정말 아름다웠다.
반짝이는 환상적인 네온사인과 화려한 빛의 광고판들 그 자체를 온전히 받아들이며 나는 산책하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를 잇는 다리 위에서 나는 내가 항상 머릿속으로만 그렸던 그 이미지를 만나고야 말았다. 시티팝이 흐르는 아름다운 버블의 시부야를. 전율이 온몸을 타고 흘렀다. 시간과 공간이 하나의 아름다움으로 얽힘을 목격했다. 내가 왜 다시 시부야에 왔는지 알게 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