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칸트 Day 69.

시도하고 또 시도하면서 나아간다

by 쾌락칸트

오늘은 동네에 있는 목욕탕에 갔었다. 퍼펙트데이즈에서 주인공 아저씨가 다니던 일본 목욕탕이 인상 깊었는데 혹시나 동네에 있나 살펴보던 중에 발견한 곳이었다. 그냥 목욕탕이 아니라 도쿄 도심 내 자연 온천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안 그래도 숙소 샤워부스 물이 잘 안 빠져서 컴플레인 걸었던 마당에 잘 되었다 싶어서 수건과 세면도구를 챙겨서 나갔다. 사실 좀 두렵긴 했다. 서울에서도 안 가던 목욕탕을 도쿄에 와서 가다니. 그래도 경험이다 싶어서 용기를 냈다. 다만 아무 정보 없이 가면 당황할 것 같아서 출발하기 전에 몇 가지 주의 사항은 살피긴 했지만.


도보로 15분 정도 거리에 있었는데 도착하니 일요일 아침이라 그런지 한산했다. 일단 씻고 황금탕이라고 불리는 노천탕에 들어갔다. 할머니들이 삼삼오오 앉아서 담소를 나누시는데 뭔가 정겨운 분위기였다. 웃기는 이야기지만 내 생애 최초 노천탕 체험이었다. 내가 얼마나 좁게 살아왔는지를 알 수 있지 않는가. 아무튼 황금탕에 갔다가 밑에 있는 흑당에도 갔다가 냉탕 온탕을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슬슬 적응이 되어갔다. 마지막으로 황금탕에 들어가서 눈을 감고 그 분위기를 최대한 만끽했다. 비가 오고 있어서 얼굴로 떨어지는 빗방울, 시원한 바람 그리고 따뜻한 온천물의 촉감은 잊지 못할 것 같았다.


다 씻고 나왔는데 뭔가 더 해야 할 것이 떠올랐다. 그것은 바로 커피우유였다. 어렸을 적 할머니랑 목욕탕 와서 먹었던 기억이 있는데 아무래도 그 이후로 처음인 것 같았다. 당이 들어있는 음료를 안 마시는 게 나의 철칙이지만 과감하게 커피 우유를 드링킹 했다. 온천욕 하고 나와서 노곤노곤한데 커피 우유가 안 맛있을 수가 없지 않은가. 갑자기 너무나 행복해졌다. 정말 행복을 멀리 있지 않다.


이렇게 또 하나의 시도를 했고 뭔가 넘어섰다. 도쿄에 와서 뭔가 기존의 나를 부숴버리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지만 실제로 쉽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시간이 다 해결해 준다. 하루하루가 지나고 적응을 하면서 작게 하나하나씩 시도를 하다 보니 뭔가 이제는 스스럼없이 지내게 된다. 오늘 저녁에는 영어 전혀 못하는 주인이 운영하는 그냥 완전 로컬 라면집에 들어가서 차슈 라멘을 당당히 시키고 맥주도 마시면서 여유롭게 실내 흡연도 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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