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칸트 Day 72.

서울로 가는 날

by 쾌락칸트

8박 9일의 도쿄 일정을 마치고 오늘 드디어 서울로 돌아가는 날이다. 여행은 내가 생각하던 바와 많이 달랐다. 생각보다 힘들었고, 생각보다 외로웠다. 분명 좋은 순간들도 많았지만 마음이 아릿한 순간들도 많이 있었다. 그리고 가장 핵심은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여행이라는 것이 무조건 이득인 건 바로 이 지점이 아닌가 싶다. 익숙한 환경을 떠나 낯선 곳으로 가면 날 것 그대로의 자신을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일본은 버블이 무너지고 거의 30년 동안 경제 침체에 시달렸다. 국가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국민들은 가난한 삶을 살고 있었다. 관광지가 아닌 로컬에서 머물게 된 이번에 확실히 느끼게 된 부분이다. 정말 다들 간소했다. 그리고 폐쇄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노인들은 집에서 나오지 않고, 젊은이들은 홀로 다니며 식사는 혼밥을 하고 저녁만 되면 각자 집으로 돌아가 절대 나오지 않았다. 친구들과 저녁의 여유를 즐기거나 산책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는 삶이었다. 나이 드신 어른들은 술을 마셔도 이자카야에서 혼자 마신다. 가끔 옆 자리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눠도 혼자임은 변함이 없다.


나 역시 서울에서 이런 삶을 살고 있지 않았나 싶어서 가슴 한편이 철렁 내려앉았다. 작은 것에 집착하고 흐트러지는 것을 무서워하며 철저하게 홀로의 폐쇄적 삶을 살고 있었다. 서울에 있을 때는 몰랐다. 이렇게 나와봐야지 아는 것이다. 갑자기 이런 삶이 정말 행복한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취적인 기질은 다 사라진 외부의 혼돈을 한치도 허용하지 않는 방어적인 삶 말이다.


1년 전 도쿄 여행을 하고 나서 외부의 혼돈을 지각하며 내면의 질서를 세워야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그리고 나는 정말로 1년 간 철저하게 삶의 질서를 만들어내었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도쿄를 가서 나는 정반대의 감정을 느끼게 된 것이다. 삶의 질서에 너무나 집착하면 철저하게 고립되어 버린다는 것을. 무엇이 맞는 것일까. 혼란스럽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살아있음을 느끼려면 방어적 태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질서의 극단을 가봤으니 이제는 개방적 자유의 문을 열어야 하는 시점이 온 것일까.


나의 롱베케이션은 끝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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